현대자동차가 인도에서 ‘작으면서도 똑똑한 차’로 승부를 걸고 있다.

도로 인프라와 인도 소비자의 특성을 고루 반영한 전략형 차량으로 입지를 더욱 다지겠다는 것이다.
 
[오늘Who] 김선섭, 현대차 '작고 똑똑한 차'로 인도에서 아프리카로

▲ 김선섭 현대자동차 인도권역본부장.


현대차 인도권역본부를 총괄하는 김선섭 본부장은 이런 전략을 통해 인도 법인을 신흥시장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하겠다는 청사진까지 그려놓고 있다.

20일 현대차에 따르면 2020년에 인도에 출시할 5종의 신차 가운데 선두 주자는 소형세단 ‘아우라’다.

현대차는 19일 인도 현지언론을 대상으로 미디어 프리뷰(미리보기) 행사를 열고 아우라의 외관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아우라는 전장(차량 길이)이 3995mm에 불과한 소형세단이다. 소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중에서도 작은 편에 속하는 베뉴와 차량 길이가 똑같다.

아우라는 현대차가 인도 소형세단시장을 공략하는데 선봉에 섰던 엑센트(Xcent)를 대체하는 차량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아우라의 본격적 판매를 시작하면 점진적으로 엑센트 판매를 중단할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는 아직 아우라의 출시시기를 못 박지 않았지만 더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2020년 1월21일을 전후해 공식적으로 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현대차는 아우라를 시작으로 소형SUV 크레타의 연식변경모델 등 여러 ‘소형차’를 내년에 차례대로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올해 인도 자동차시장이 처음으로 위축되면서 현대차로서도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할 필요성이 생겨났다. 현대차는 기존 주력 차량에 ‘스마트함’을 덧입힌 차량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김선섭 본부장도 ‘소형차를 똑똑하게 만드는 것’이 현대차의 인도 최우선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김 본부장은 최근 포브스인디아와 인터뷰에서 “시장이 침체되고 고객의 구매심리가 약화한 시점에 모든 회사는 혁신을 필요로 한다”며 “첫 번째 단계는 고객에게 회사에 대한 신뢰를 불어넣는 것인데 현대차는 올해 초부터 기술, 특히 커넥티드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5월에 세계 최초로 인도에 내놓은 소형SUV 베뉴도 이런 전략에서 출시된 차량이다.

현대차는 당시 베뉴를 인도에 출시하면서 ‘인도 최초의 커넥티드카’라는 점을 대대적으로 알리는데 힘을 쏟았다. 소형차임에도 불구하고 첨단 안전·편의사양을 대거 탑재해 독특하고 개성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2030 세대에 특화한 차량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내세웠다.

그 결과 현대차는 베뉴의 인도 출시 반 년 만에 누적계약 7만5천 대라는 신기록을 썼다. 인도의 자동차 전문기자 16명이 선정하는 ‘인도 최고의 차’에 베뉴가 선정되기도 했다.

김 본부장의 ‘작고 똑똑한 차’ 전략은 어느 정도 인도 시장에서 성과도 내고 있다.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인도에서 판매된 자동차는 2018년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감소했지만 현대차의 판매량은 8% 줄어드는데 그쳤다. 전체 판매 감소폭을 밑도는 수준으로 판매량 하락을 방어하는데 성공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10~15% 수준에서 20%에 근접하게 끌어올렸다.

하지만 인도 자동차시장이 단기간에 반등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전망되는 점에서 김 본부장의 고민이 없지만은 않다. 판매량 하락에 따른 생산과잉에 대처해야 하는 문제는 계속 남기 때문이다.
 
[오늘Who] 김선섭, 현대차 '작고 똑똑한 차'로 인도에서 아프리카로

▲ 현대자동차 '베뉴'.


현대차는 8월에 인도 첸나이공장의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인도에서 생산되는 ‘작고 똑똑한 차’들을 현대차의 영향력이 아직 제대로 미치지 않은 여러 신흥국가에 수출해 생산효율성을 유지하고 나아가 인도 공장을 현대차 신흥시장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아우라 미디어 행사에서 현지언론들과 인터뷰를 통해 “수출량을 늘리면 내수 부족을 관리할 수 있다”며 “현재 베르나 등을 중동에 수출하고 있으며 이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도 차량을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타임스오브인디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인도 공장에서 차를 생산해 전 세계 99개 국가로 차량을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 본부장의 구상은 글로벌 권역을 총괄하는 이원희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의 전략과도 부합한다.

이 사장은 최근 ‘CEO 인베스터 데이’라는 경영설명회에서 중장기 비전인 ‘2025 전략’을 밝히며 인도를 신흥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개발·생산기지로 만들겠다는 구체적 계획을 내놓았다.

소형차만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은 사실 인도에 진출한 모든 글로벌 완성차기업의 공통점이다.

인도에서는 열악한 도로 인프라 사정 탓에 소형급을 넘는 차량을 운전하는데 많은 제약이 따른다. 전장이 4m 미만인 소형차들에 한정해서만 정부가 세제혜택을 지급하는 점도 소비자 수요를 소형차로 집중하는 요인이다.

현대차 역시 이런 상황들을 고려해 인도 국민차로 불리는 쌍트로를 비롯해 i10, i20, 크레타 등 소형차를 중심으로 인도 라인업을 꾸려왔다.

현대차는 이런 전략과 더불어 소비자 중심의 마케팅 전략 등에 힘을 쏟아 2010년 이후 인도 현지에서 일본계기업 마루타스즈키에 이은 시장 점유율 2위의 지위를 확고하게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