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공기업, 자회사 통한 정규직 전환 추진해 '위험 외주화' 불신받아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산업노조원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고(故)김용균 특조위 권고안 정부이행계획 당정발표' 자리에서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발전공기업들이 현장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직접고용은 하지 않아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6일 발전공기업과 노동조합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등 발전공기업 5곳은 발전소 현장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통합 공공기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도 12일 ‘발전산업 안전 강화방안’에서 통합 공공기관을 설립해 현장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한전산업개발을 통합 공기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와 여당은 한전산업개발을 통한 정규직 전환도 ‘직접고용’이라고 바라보고 있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은 용역회사 소속일 때와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별도의 자회사를 설립해 현장 노동자를 고용하면 위험의 외주화는 계속되고 노동 안전관리는 제대로 이뤄질 수가 없다”며 “정부와 여당은 김용균씨 사망사고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의 권고안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발전소 현장 노동자들은 ‘고(故)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의 8월 권고안대로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는 설비 운전 정규직 전환을 각 발전소의 직접고용으로 진행하고 정비업무도 민간업체로 넘긴 물량들을 다시 한전KPS로 재공영화하라고 권고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는 12일 ‘발전산업 안전강화방안’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전력공사가 지분 일부를 들고 있다는 이유로 한전산업개발이라는 민간회사를 공기업 자회사로 삼아 정규직 전환을 한다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며 “특별노동안전조사위의 권고안을 정직하게 이행하라”고 주장했다.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면서 많은 공공기관은 따로 자회사를 설립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다.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을 모두 직접고용으로 하려면 인건비, 처우 등 부담을 직접 안아야 하기 때문에 '정부부처 합동 201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는 경영상황에 맞게 재량으로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을 진행할수록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용역회사 소속일 때와 처우가 달라진 것이 없거나 더 나빠졌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들도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을 강행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1호 사업장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정규직 전환을 위해 3번째 자회사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고 한국전력, 한국도로공사 등 주요 공기업들도 고객센터 상담직원, 도로요금 수납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자회사를 설립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10일 도로요금 수납원들의 반발과 법원 판결에 따라 원하는 사람은 직접고용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인천공항공사 노동자들은 인천공항공사의 제3 자회사 설립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세 개의 자회사로 나뉘어 고용되면서 사실상 용역업체 소속일 때와 처지가 다르지 않게 됐다며 18일 총력투쟁을 예고했다.

인천공항공사, 도로공사, 한국공항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가스공사, 국립대학교병원 등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1월20일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기관의 유지·운영에 필요한 상시 업무는 외부에서 노동력을 공급받지 말고 직접고용·상시고용을 해야 한다”며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은 예외로만 허용하고 단순한 인력 공급형태에 불과하다면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은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