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유기농식품 및 신선식품 유통을 앞세워 미국에 도전장을 낸다.

미국에서 신선식품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인데 직접 매장을 세우기 전에 현지회사들을 인수해 물류 인프라 및 노하우를 먼저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정용진 미국진출 우회전략, 이마트 유기농 유통 틈새시장부터 공략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12일 이마트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유통업이 발달된 미국에 진출하는 데 직접 법인을 세우기보다는 경험이 많은 미국 유통기업을 인수해 노하우를 얻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프리미엄 식자재 유통사인 ‘굿푸드홀딩스’를 3070억 원에 인수하며 창립 이후 처음으로 해외기업을 직접 인수한 데 이어 ‘굿푸드홀딩스’를 통해 2억 달러를 들여 ‘뉴시즌스마켓’을 인수하면서 적극적 투자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인수한 굿푸드홀딩스는 올해 매출 6529억 원, 영업손실 2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며 이번에 인수한 뉴시즌스마켓은 한해 매출 7천억, 영업이익 100억 원가량을 거둘 수 있는 회사로 평가된다.

이마트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60% 가까이 급감한 상황에서도 당장 큰 이익을 거두기 어려운 미국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는 것은 국내에서 겪고 있는 사업적 어려움을 미국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이 미국진출 의지를 보인 것은 지난해 3월부터다.

정 부회장은 “세계시장 진출의 첫 단추로 미국을 공략하겠다”며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지역에도 이마트가 진출했지만 규제 없이 무한경쟁이 펼쳐지는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 역점을 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의 의지 아래 이마트는 대형할인점이 아닌 식료품점과 음식점을 합친 ‘프리미엄 그로서란트’ 매장인 PK마켓을 앞세워 미국진출을 꾀하고 있다. 그로서란트란 고객이 매장에서 구매한 식재료를 셰프(조리사)에게 전달하면 바로 조리해 제공해주는 서비스다.

이마트는 미국에서 아시안푸드 총판업체를 통해 중부와 동부의 슈퍼마켓 1천여 곳에 PB(자체브랜드)인 피코크의 식제품을 공급해왔는데 사업을 더욱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유기농식품을 판매하는 뉴시즌스마켓을 더하면서 고급 식자재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굿푸드홀딩스는 물류 인프라와, 소싱, 운영 등 식료품 전반에 걸친 노하우로 이마트의 신사업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기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온라인유통 확대에 대응해 자체브랜드상품 강화, 복합쇼핑몰, 전문점 등 다양한 ‘유통 실험’을 해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본업인 대형할인점이 아닌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에서 신선식품 유통시장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성장성 높은 시장으로 평가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미국 유기농식품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1981~1997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세대들을 중심으로 유기농식품 구매자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미국 가구의 82%가 종종 유기농식품을 구입하고 있으며 응답가구의 49%는 유기농식품 구입비중이 1년 전보다 늘었다고 답했다.

아마존이 2017년 창사 이래 가장 큰 인수금액인 137억 달러에 미국 최대 유기농 식료품 유통업체인 ‘홀푸드’를 인수한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일종의 물류거점이 될 오프라인매장을 확보하는 것과 동시에 신선도와 유통기한, 부피 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구매하는 식료품시장으로 눈을 넓힌 것이다.

월마트 역시 오프라인 구매비중이 높은 신선식품을 온라인에서 팔고 고객들이 오프라인매장에서 제품을 받아가는 ‘픽업서비스’로 오프라인 매장의 위기를 넘겼다.

다만 미국도 점차 신선식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마트의 사업전략이 실제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시선도 나온다.

직접진출보다는 프랜차이즈업체들을 인수하는 형태를 선택해 상대적으로 리스크는 적은 것으로 분석되지만 미국 식품유통시장 역시 아마존과 월마트 등의 경쟁 속에 중소형 유통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는 중장기적 시각에서 미국시장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단기적 성과보다는 사업의 방향성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정 부회장이 중국 정부의 사드보복으로 20년여 동안 공들였던 중국 유통시장에서 발을 뺐던 경험을 거울삼아 미국에서는 현지회사 인수를 통해 단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