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건설현장에 지역 건설업체들이 일정 비중 참여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조례를 만드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11일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경제 살리기를 위한 조례를 제정·개정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 지역건설업체 우대 조례 마련 서둘러, 공정성 논란은 부담

▲ 제주도 건설현장. <연합뉴스>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에 관한 조례’는 지역 건설노동자의 우선고용 권장 규정, 지역생산 자재·장비 우선 사용 규정 등을 의무화한다. 

제주도, 고양시 등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최근 관련 조례의 제정과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고양시는 이 조례의 제정을 통해 관급공사 수주율을 공동도급은 49%, 하도급은 60%로 권고한다. 또 지역노동자의 우선고용 및 고용안정,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조항을 마련했다. 

제주도는 '제주도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에 관한 조례'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도는 이번 조례의 개정을 통해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계획 수립 규정, 지역건설노동자 우선고용 권장 규정, 지역생산 자재·장비 우선 사용 규정, 공동도급 활성화 규정 등 4가지 규정을 신설하기로 했다. 

건설업은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2018년 기준 건설투자가 지역의 총생산(GR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국 평균 16.1%에 이른다. 

특히 제주(33.1%), 강원(26.7%) 등 일부 지역에서는 건설투자 비중이 20%를 넘어섰다. 

이런 효과를 노리고 광역 지자체들은 지역건설업체의 수주기회를 늘리고 지역 건설산업 활성화를 위해 관련 조례를 제정·운영하고 있다.

현재 17곳의 광역 지자체, 기초 지자체 40여 곳도 지역 건설업 활성화 조례를 두고 있다.

중앙정부도 지자체의 이런 시도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런 정책 가운데 하나인 ‘지역공사 의무 공동도급제’ 도입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최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경제부처별 심사를 위한 전체회의에서 “지역공사 의무 공동도급제 도입 논의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공사 의무 공동도급제는 침체된 지방 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제도인데 2017년 말 일몰 폐지됐다. 이 제도는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사업인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 지역건설업체가 일정 부분 의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도입을 검토하겠다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지역 건설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은 지자체로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공정경쟁을 제한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논란을 빚어왔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는 “도입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이나 적정규모를 어느 정도로 하는 것이 좋은지 검토해왔으며 곧 결론을 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는 지역성이 없는 사업도 있어서 고민이 있고, 의무적으로 도급제를 시행하려면 국제 규정을 살펴봐야 한다”며 “(수도권 업체 입장에서) 차별 대우로 인식되는 점도 있어서 모두 살피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가 이 조례를 통해 업체들의 공정경쟁을 제한하고 있다고 보고 조례의 개선이나 폐지를 권고했다. 

공정위는 기초자치단체는 원칙적으로 조례를 없애는 것을 권고했다. 조례를 없앨 수 없다면 조항 가운데 의무 하도급 비율을 삭제할 것과 지방자치단체 발주공사만 한정해 우대할 것을 요청했다. 

또 광역시도에게는 3년 일몰제를 도입할 것을 당부했다. 조례를 시행하고 3년 뒤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폐지·개선하도록 권고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례의 개선·폐지를 권고했다는 것은 말 그대로 권고일 뿐이며 법적 구속력 등의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태도를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