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용 현대로템 대표이사가 올해 말 취임 뒤 첫 성적표를 내놓는다.

현대로템이 올해 영업적자를 이어갈 가능성이 큰 만큼 이 대표로서는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현대로템 2년 연속 영업적자 전망, 이건용 수익성 개선 고삐 죈다

이건용 현대로템 대표이사.


10일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로템은 철도부문에서 영업적자폭이 커진 탓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는 현대로템이 올해 영업적자 1400억 원가량을 낼 것으로 바라본다. 현대로템은 2018년에는 영업적자 1960억 원을 냈다.  

과거 저가로 수주했던 물량들이 실적에 반영됐고 일부 수주사업에서 설계변경으로 비용부담이 늘어난 점이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올해 3월 취임하자마자 내놓은 ‘경영목표 2022’를 달성하기 위해 내년에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현대로템은 올해 철도사업에서 해외수주를 늘리는 성과를 냈지만 철도사업 특성상 수주 확대가 곧바로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만큼 이 대표는 실적 개선을 위해 당분간 비용을 줄이는 데 나설 수 있다.

특히 수주 앞뒤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인을 줄이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현대로템은 수주 전 수익성을 분석하는 수주심의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대표는 이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저가수주가 올해 실적으로 반영되면서 혹독한 댓가를 치르고 있는 만큼 무작정 수주를 늘리기보다는 수익성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철도차량의 설계 적합성을 검증하는 시스템의 도입도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철도사업은 프로젝트별로 철도차량에 요구하는 사양이 다른 만큼 설계 뒤 양산 단계에서 설계 변경 등의 요구가 종종 생긴다. 현대로템은 이런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올해 10월 경상남도 창원공장에 양산에 앞서 철도차량의 설계 적합성을 검증하는 ‘파이롯트센터’를 세웠다. 

실제로 현대로템은 올해 3분기에 호주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즈주로부터 수주한 2층 전동차에 설계변경이 발생한 탓에 영업적자폭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로템은 3분기에 영업손실 966억 원을 냈다. 

이 대표가 수익성 개선의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이지만 현대로템이 내년에 마주할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다. 저가수주사업이 2020년 매출에도 지속적으로 반영되는 등 현대로템의 사업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로템의 수주 뒤 위험부담에 주목해 11월 신용등급을 조정하기도 했다.

한국신용평가는 11월 “현대로템은 우수한 사업기반을 갖추고 풍부한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있다”면서도 “해외사업 위주로 확대된 수주잔고는 환율, 관련 정책 및 규제, 지정학적 변수 등의 실적 변동요인을 내포하고 있다”며 현대로템의 신용등급을 ‘A- 안정적’에서 ‘A-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이 대표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2018년 말 주요 계열사의 부회장단과 사장단을 대규모로 교체하는 인사를 실시하면서 현대글로비스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현대로템을 맡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