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증거인멸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삼성그룹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삼성그룹의 행태를 지적하면서 국민의 박수를 받는 ‘세계 최고 기업’이 되려면 공정하게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재판부 "공정하게 세계 최고기업 돼야"

▲ 9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삼성그룹 임직원들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소병석)는 9일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그룹 임직원들에게 유죄로 실형을 선고하면서 “죄책이 가볍지 않고 죄질도 불량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여부와는 별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사건은 증거인멸사건이며 분식회계 의혹에 판단 없이 유무죄 판단이 가능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엄청난 양의 자료를 그룹차원에서 조직적·대대적으로 인멸·은닉하게 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사건의 실체적 진실 발견에 지장을 초래할 위험이 생겼다”며 “통상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은닉방법으로 사회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증거인멸에 삼성을 향한 부정적 여론과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한 의도가 일부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스스로 떳떳했다면 자료를 숨길 것이 아니라 해명하는 것이 정당하다”며 “범행을 정당화할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바라봤다.

또 불필요한 자료를 삭제하라는 지시를 부하직원이 오해해 광범위한 자료 삭제에 이르렀다는 일부 피고의 주장과 관련해 재판부는 “부하가 상사 지시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게 삼성의 문화라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해외에 나가본 사람이라면 삼성의 활약에 자긍심을 느끼고 삼성이 세계최고 기업으로 성장하며 국가경제에 큰 보탬이 되길 기대한다”면서도 “반칙과 편법은 박수받지 못하며 법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성장이 이뤄질 때 국민 응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