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심재철, 5선 관록으로 위기의 한국당 원내대표 선택받다

▲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 두 번째)가 9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당선된 뒤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심 원내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김재원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 <연합뉴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새 원내 사령탑에 올랐다.

심 의원의 원내대표 선출은 자유한국당의 현안 해결을 위해 무게감 있는 당 원내 지도부를 원하는 의원들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심 원내대표는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과 9일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를 10일로 미루기로 합의했다.

합의는 급박하게 이뤄졌다. 심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1시가 넘어 당선이 결정된 뒤 12시에 바로 문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4+1’ 협의를 통해 이날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과 신속처리법안 등을 처리하려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현재 부의된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해 놓은 상태라 본회의에서 충돌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심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 신청 철회를 당론으로 결정하겠다고 했고 4+1 협의체는 예산안 처리를 10일로 미루고 정기국회 내에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심 원내대표의 당선 첫 날 행보처럼 자유한국당을 둘러싼 안팎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당 지지율이 최근 언론에 공개된 다수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오차 범위를 넘어서 10%가량 낮게 나오면서 총선을 앞두고 당내 위기감이 높아졌다.

총선의 규칙이 될 선거법을 놓고도 더불어민주당 등은 정당득표율을 일정 부분 비례대표 의석에 반영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자유한국당에 불리하다고 바라본다.

당내에서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의 결정을 통해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재신임을 막고 당직자에 ‘친황’ 인사를 앉히는 등 움직임을 보이자 친황과 비항 등 계파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이런 자유한국당의 상황을 반영하듯 20대 국회 종료일인 내년 5월29일까지 임기가 반년도 되지 않는 원내대표 선거에 정책위원회 의장과 파트너를 이룬 4개 조가 출마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선택은 결국 심 원내대표였다.

심 원내대표는 5선 의원이다. 6선인 김무성 의원, 같은 5선인 원유철 의원, 이주영 의원, 정갑윤 의원 등과 함께 당내 최다선 의원 그룹에 속한다. 20대 국회 전반기에는 국회 부의장까지 지냈다.

심 원내대표의 원내대표 출마를 놓고 그의 의회경력을 고려하면 다소 격이 맞지 않는 자리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심 원내대표가 주는 중진의 무게감이 현재 자유한국당이 처한 상황을 돌파하는데 필요하다는데 당내 공감을 이끌어 낸 것으로 보인다.

심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선거에서 지지를 호소하며 “여당과 협상하는데 경력은 무시하지 못한다”며 “정부, 여당과 싸우려면 그들보다 체급이 높거나 최소한 같아야 한다”고 말했다.

심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출마 전부터 강한 투쟁력을 보여 왔다는 점에도 여당과에 협상에서 강한 태도를 보여 주기를 원하는 당내 의원들이 지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심 원내대표는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관련 채용 의혹을 제기하고 지난해에는 청와대 등 정부부처 비공개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해 검찰 수사를 받는 등 대여 투쟁에서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왔다. 올해 9월에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퇴진을 주장하며 삭발을 하기도 했다.

당내에서 황 대표의 장악력이 높아지는 데 따른 견제 심리도 심 원내대표의 당선에 힘을 보탠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심 원내대표는 당 중진이지만 호남출신인 비주류, 비박, 비황으로 분류된다.

황 대표가 총선 공천에서 물갈이를 내세우면서 중진들을 공천에서 탈락시키는 등 친황 체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당내 중진들이 황 대표를 견제할 인물로 심 원내대표에 지지를 보냈다는 말도 나온다.

심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에 당선된 뒤 총선 공천을 놓고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기준과 공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며 “원내대표는 공천과 관련해서는 직접적 권한은 없지만 의원들이 선수나 지역으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황 대표에게 직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