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에서 입지를 구축하려면 현지 도로 사정에 적합한 전략차종 개발에 힘써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동남아시아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일본 완성차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동남아시아 현지 파트너와 협력도 강화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도에서 성공한 현대차, 인도네시아도 전략형차종으로 진입 가능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9일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인도시장 성공 사례는 동남아시아시장 진출의 좋은 선례”라며 “현대차는 인도 자동차시장에 초기부터 진출해 현지 공략 차종을 개발하고 판매 네트워크를 확보함으로써 인도시장 점유율 2위에 오를 수 있었다”고 파악했다.

현대차가 대표적 신흥시장인 인도에서 성공했던 경험을 인도네시아에서 발휘한다면 동남아시아시장에서 충분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인도의 도로 특성과 기후, 소비자 선호도 등을 감안해 쌍트로와 크레타 같은 현지 전략차종을 내놔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도네시아에서도 비슷한 방식의 전략을 세우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이 연구원은 “인도네시아의 기후적 특성에 따라 다른 지역과 차별화한 차종을 개발해야 한다”며 “인도네시아는 주기적으로 홍수가 발생해 침수 피해가 빈발하고 비포장 도로가 많기 때문에 차체가 높아야 하며 평균 가구원 수가 많아 다수의 인원이 탑승할 수 있어야 한다”고 내다봤다.

이런 국가적 특성을 감안할 때 현대차가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처음 생산하려는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과 다목적차량(MPV) 신차의 설계 품질이 초기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이 연구원은 내다봤다.

다목적차량은 7명 이상의 승객을 태울 수 있고 차체가 높다는 점에서 인도네시아에서 ‘국민 차종’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도네시아에 이미 진출한 완성차기업들은 다목적차량을 선호하는 인도네시아 소비자의 심리를 파악하고 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다목적차량 신차를 주기적으로 출시하고 디자인을 개선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에서 많이 팔리는 상위 5개 차종을 살펴봐도 1~4위 모두 토요타와 미쓰비시 등에서 제작한 다목적차량이다.

인도네시아 자동차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일본 브랜드와 경쟁하려면 생산 네트워크와 판매망 등을 촘촘하게 짜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인도네시아 자동차시장은 토요타와 혼다, 미쓰비시 등 일본 자동차회사의 점유율이 95%이상으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과거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도 인도네시아에 진출했지만 경쟁에 밀려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 연구원은 “일본 기업들은 완성차 조립뿐 아니라 부품 생산과 관련한 현지 직접 투자를 확대해 견고한 생산기반을 구축하고 있다”며 “일본 완성차의 동남아시아 가치사슬(밸류체인)은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태국과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에 펼쳐져 있어 일본 브랜드만의 막강한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일본 완성차기업들은 아스트라나 인도모빌과 같은 인도네시아 현지 유통기업과도 손잡아 경쟁력 있는 판매 네트워크도 구축하고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현대차가 인도네시아를 발판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려면 초기부터 현지 유통기업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원은 “동남아시아시장은 일본차의 지배력이 높지만 미국과 유럽 브랜드의 영향력이 없어 경쟁 강도는 오히려 낮다고도 볼 수 있다”며 “(현대차에게) 동남아시아시장이 매력적인 이유”라고 바라봤다.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신규 공장은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 근처의 델타마스 공단에 위치한다. 현대차는 2021년 말부터 새 공장을 가동하기로 했으며 초기 생산능력은 연간 15만 대로 계획하고 있다. 향후 25만 대까지 생산 능력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