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금협상에서 강대강으로 맞서는 길로 가고 있다.

회사는 본사로부터 수출물량을 배정받기 위해서 임금을 동결하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노조는 이번만은 양보할 수 없다며 ‘파업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사 상생선언문 무색, 올해도 임금협상에서 강대강

▲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차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박종규 노동조합 위원장이 6월24일 열린 노사 상생선포식 및 임단협 조인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르노삼성차>


6일 르노삼성차 노사에 따르면 올해 임금협상에서 임금인상 여부를 두고 의견차이를 좁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회사는 서둘러 임금협상을 타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임금동결로 노조를 설득해야 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노조는 지난해에도 임금을 동결한 만큼 올해 임금인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데 회사는 임금을 동결해 세계의 다른 르노 공장보다 생산성이 높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만큼 임금인상 요구를 수용하는 게 힘들다. 

노조는 파업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노조는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는데 10일 조정중지 결정이 나오면 곧바로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할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회사가 노조에 맞불을 놓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해 임단협 타결에 긴 시간이 걸린 탓에 본사로부터 신뢰를 잃고 닛산 캐시카이 후속모델을 배정받지 못한 데다 XM3 유럽 수출물량 확보도 불투명한 상황인 만큼 추가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초강수를 둘 수도 있다는 것이다. 

회사로서는 추가 구조조정의 명분도 충분하다.

올해 르노삼성차의 내수와 해외 판매는 모두 지난해보다 크게 감소했다. 르노삼성차는 올해 1~11월 내수에서 자동차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감소한 7만6879대 팔았다. 해외 판매량은 지난해 1~11월보다 무려 35.5% 뒷걸음질했다. 

또 내년 10만 대가량의 닛산로그 위탁생산 물량이 소멸되고 이 물량을 채워줄 수출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위기상황’임을 앞세워 노조를 압박할 수도 있다.

회사는 지난해 임단협에서 노조가 전면파업을 선언하자 직장폐쇄로 대응했지만 올해는 강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더욱이 노사 사이 갈등의 골도 깊어진 상태라 대화로 노조를 설득하는 게 쉽지 않겠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번 직장폐쇄라는 초강수로 조합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낸 만큼 올해도 그와 비슷한 카드로 실력행사에 나설 수 있다.

노조는 9월 단체협약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에 회사를 고소했다.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에서 노사상생 선언문을 쓰고 협력을 약속했는데 회사가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반면 회사는 노조가 고소를 취하해야지만 임금협상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임단협에서 노사상생 선언문을 쓴 게 무색해졌다”며 “상생선언문을 쓸 때 오거돈 시장까지 불러놓고 이를 지키지 않는 건 노조뿐 아니라 부산시도 농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임금협상을 빠르게 마무리해 르노삼성차의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노사 교섭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을 두고 9월2일 첫 상견례를 가진 뒤 11월28일까지 모두 5차례 본교섭을 벌였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15만3335원(8%) 인상 △노조원만 통상임금 2% 수당 지급 △임금피크제 폐지 △기본급 300%+100만 원 격려금 등을 요구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