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빠진 금융투자협회장 선거, 나재철 '인맥'인가 정기승 '대관'인가

▲ 왼쪽부터 나재철 대신증권 대표이사 사장, 정기승 KTB자산운용 부회장,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사장, 서재익 하나금융투자 전무.

다음 금융투자협회장 선거가 4파전으로 압축됐다. 

막판에 서재익 하나금융투자 전무가 ‘깜짝등판’하며 화제를 모으기는 했지만 무게감 있는 인물이 없어 다소 김빠진 선거전이 벌어지게 됐다.

4일 마감된 제5대 금융투자협회장 후보 공모 결과 나재철 대신증권 대표이사 사장, 정기승 KTB자산운용 부회장,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사장, 서재익 하나금융투자 전무 등 모두 4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재까지로는 나재철 후보가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막판까지 출마 여부에 관심이 모였던 전병조 전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출마하지 않으면서 이런 분위기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나 후보는 35년 동안 대신증권에 근무하며 넓은 인맥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증권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꼽힌다. 대신증권에서 평사원으로 근무를 시작한 뒤 대표이사까지 올랐다. 영업점, 자산관리(WM), 기업금융, 법인영업, 홍보까지 다양한 영역을 두루 거친 ‘증권 전문가’로 불린다.

나 후보가 출마를 결정하기 전 이미 전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 등 업계 사장단과 출마를 조율했다는 말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장 선거는 의결권이 회비 분담률에 따라 달라지지 때문에 대형증권사의 표심이 중요하다.

다만 나 후보는 공직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약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장은 금융투자업계의 의견을 모아 국회와 금융당국에 전달해야 하는 대관능력이 중요한 능력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대관능력으로 볼 땐 정기승 후보가 나 후보보다는 다소 앞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 스스로 출마의 변을 통해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금융회사 등을 두루 거치며 감독정책 수립 및 집행, 금융회사 경영관리 등을 맡았다”며 “정부, 국회, 감독당국, 언론 등과 관계도 원만하게 형성한 만큼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 후보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1978년 한국은행에 입행한 뒤 은행감독원, 금융감독원 등을 거쳤다.

서재익 전무는 4명 가운데 유일하게 CEO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지만 선거전 판도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선 이른바 ‘거물급’ 인물이 출마하지 않은 점을 놓고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투자회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려면 무게감 있는 인물이 나와야 한다는 말이 꾸준히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 2주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병조 전 사장은 물론 유상호 부회장이 출마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전병조 전 사장은 관료로 20여 년, 증권업계에서 10여 년을 근무해 금융당국을 향해 협회의 목소리를 낼 적임자로 꼽혔다. 유 부회장 역시 12년 동안 한국투자증권을 이끈 증권업계 최장수 CEO로 존재감이 매우 크다.

이번 선거전은 그동안과 달리 대형증권사 전현직 CEO가 한 명도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과거 금융투자협회장을 살펴보면 황건호 초대 회장은 메리츠종금증권 CEO와 대우증권 부사장을 거쳤고 2대 박종수 회장 역시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 CEO를 지냈다. 3대 황영기 회장은 삼성증권 CEO, 4대 권용원 회장도 키움증권 CEO 출신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