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베트남에서 이마트사업을 확장하는 데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가 베트남에서 직접 법인을 세워 운영하는 방법으로는 출점이 힘들어진 점에서 현지회사와 합작하는 방식으로 베트남 진출 전략을 바꿀 가능성이 커보인다.  
 
[오늘Who] 이마트 베트남사업 더뎌, 정용진 합작으로 전략 바꾸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28일 이마트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가 반부패 관련 캠페인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베트남에서 진행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를 놓고 감사가 이뤄져 이마트 2호점 공사가 중단됐다.

이마트 관계자는 “어려움이 있지만 2020년까지 2호점을 열기 위해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애초 베트남에서 이마트 해외법인을 세워 운영하면서 ‘고위험 고수익’ 방식의 진출 전략을 짰다. 이마트 1호점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면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베트남 이마트 고밥점은 2015년 매출 12억 원에서 시작해 자체 브랜드 상품과 다양한 한국 상품을 선보이면서 올해 상반기 매출 360억 원을 냈다.

이마트 고밥점은 단일 점포 기준으로 호찌민에서 최고 매출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3년 만에 점포를 확대할 계획도 세워뒀다.

이마트는 올해 9월 베트남에서 본격적으로 대형마트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46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히면서 2020년 호찌민 시에 2호점을 내고 중장기적으로 5~6호점까지 점포를 확장하기로 했다.

정 부회장이 그동안 신중했던 베트남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첫 단추인 2호점 공사가 예상치 못한 사정으로 삐그덕 거리면서 정 부회장이 베트남에서 안정적으로 점포를 늘릴 방안을 다시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문제는 베트남은 공산당이 집권하고 있는 국가여서 앞으로도 이런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꽌시처럼 베트남도 해외기업들에게 보이지 않는 벽이 있어 부동산 개발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해외 기업과 현지 기업을 차별하는 경향이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이런 베트남 정부의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현지회사와 합작회사를 세우거나 현지회사에 운영을 아예 맡기는 방식으로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도 현지회사와 합작하는 방식으로 베트남 진출전략을 바꿀 가능성이 커보인다.

직접 운영하는 것보다는 수익성이 떨어지지만 현지회사와 손을 잡으면 베트남 정치 경제적 사정에 밝아 점포 확장에 용이하고 운영과 관련해서도 현지회사가 처리하는 점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마트는 이미 몽골에서 이마트 브랜드와 매장운영 노하우, 상품 등을 수출하고 있는 만큼 현지회사와 손을 잡고 진출한 경험을 쌓았다.

이마트는 2016년 몽골 현지 유통기업인 알타이그룹의 스카이트레이딩과 협약을 맺고 프랜차이즈 형태로 진출했다. 현재까지 스카이트레이딩이 몽골에서 모두 3개 이마트 프렌차이즈 매장을 내면서 순항하고 있다.

이마트는 스카이트레이딩에 브랜드와 점포운영 컨설팅, 상품 등을 수출하고 로열티를 받고 있는데 몽골에 진출한 지 3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올해 9월 기준으로 몽골에서 매출 720억 원을 올렸다. 

이마트 관계자는 "베트남은 몽골과 달리 직접 운영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법인을 설립해 운영해왔다"며 "국가별 상황이나 향후 시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사업방식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