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 패널의 ‘큰손’인 애플의 공급자 지위를 다지기 위해 터치일체형 올레드(OLED, 유기발광 다이오드) 생산능력을 확보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터치일체형 올레드는 기존에 분리돼 있던 올레드패널과 터치센서 기능을 합쳐 디스플레이를 더욱 얇게 만드는 기술을 말한다. 와이옥타(Y-OCTA), TOE 등으로 불린다.
 
LG디스플레이, 애플에 공급할 터치일체형 올레드 양산 갖추기 절실

▲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중국 BOE를 제치고 애플 아이폰11용 중소형 올레드패널 공급권을 따냈지만 애플이 다음 제품부터 터치일체형 올레드 비중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생산력을 갖추는 일이 급해졌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아이폰12 시리즈를 시작으로 대부분의 주요 제품군에 터치일체형 올레드를 채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터치일체형 올레드는 기존 올레드패널보다 얇지만 디스플레이 화질은 뛰어나고 원가도 낮다는 점에서 스마트폰의 제품 디자인을 개선하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현재까지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만이 상용화 가능한 수준의 터치일체형 올레드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는 터치일체형 올레드 기술을 갖춘 것과 별개로 애플의 수요에 대응할 만한 생산능력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NH투자증권 등 증권가 추산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월 1만3천 장 수준의 터치일체형 올레드 원장(패널 생산의 기반이 되는 유리기판)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 월 생산량 추정치인 6만 장과 비교해 훨씬 적다.

터치일체형 올레드에 관해 안정적 수율(생산량 대비 양품 비율)을 확보할 수 있는지도 미지수다. LG디스플레이는 뒤늦게 중소형 올레드 생산에 뛰어들면서 낮은 수율 문제로 고전해 왔기 때문이다.

애플이 터치형 올레드패널 비중을 빠르게 확대한다면 LG디스플레이는 애플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패널 공급사 지위도 장담하지 못한다.

실제로 애플은 최근 아이폰 디스플레이패널 공급사 선정 과정에서 터치일체형 올레드를 두고 LG디스플레이가 아닌 삼성디스플레이의 손을 들어줬다.

애플은 내년에 출시할 아이폰12 시리즈 제품 3종 가운데 5.4인치와 6.7인치에 터치일체형 올레드를, 6.1인치에는 터치센서 필름 부착형 올레드를 적용하기로 했다. 5.4인치와 6.7인치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도맡아 공급하고 6.1인치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함께 공급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애플은 2020년 아이폰12 시리즈 출하량 1억 대를 전망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더욱 안정적으로 터치일체형 올레드를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을 선정했을 공산이 크다.

LG디스플레이는 다급해진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애플은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초대형 기업인데다 LG디스플레이 중소형 올레드의 사실상 유일한 외부 고객사로 꼽힌다.

애플이 터치일체형 올레드 비중을 늘려가면 LG디스플레이는 그렇잖아도 중소형 올레드 실적이 부진한데 일감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물론 LG디스플레이에게도 희망은 있다.

애플이 최근 중소형 올레드 패널 공급사를 다변화하기 위해 힘쓰는 만큼 LG디스플레이가 적절한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되면 애플의 터치일체형 올레드 물량을 더 차지하기가 쉬울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를 아이폰 디스플레이패널 공급사로 선정하고 일본 재팬디스플레이(JDI)에 투자하는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의 재정 상태를 고려하면 당장 일감이 없는 터치일체형 올레드 생산에 투자하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LCD(액정 디스플레이)사업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올레드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하고 있는데 비교적 경쟁력이 있는 대형 올레드패널 생산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재무적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3분기 기준 LG디스플레이 순차입금 규모는 10조 원, 부채비율은 161%에 이른다. 한국신용평가는 10월24일 LG디스플레이의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춰 잡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