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 유통업계 오너2~3세가 업황 부진 속에서 대규모 세대교체 인사를 선택해 타개책을 모색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CEO)을 떠나보내고 젊은 CEO를 내세우면서 오너경영인으로서 경영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정용진 정지선, 이마트 현대백화점 세대교체 인사로 업황 타개책 찾아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왼쪽)과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25일 현대백화점그룹 인사내용을 보면 그동안 현대백화점그룹의 대들보 역할을 해왔던 전문경영인 부회장 자리가 없어졌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전문경영인 부회장은 경청호 전 부회장이 2007년 처음으로 맡으면서 생긴 자리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2007년 35세 나이에 회장에 취임하던 것과 맞물리면서 마련된 자리로 경 전 부회장은 당시 어렸던 정 회장의 옆에서 경영수업을 해주며 든든하게 보좌하는 역할을 맡았다.

2014년 경 전 부회장이 고문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 이 역할은 이동호 전 부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아 지금까지 해왔다.

경 전 부회장과 이 전 부회장은 정 회장과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의 ‘오너3세’ 형제경영이 무사히 연착륙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런 부회장 자리가 없어졌다는 것은 올해 47세인 정 회장이 실질적으로 그룹 전반의 경영을 총괄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경영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정 회장은 올해 정기인사에서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과 윤기철 현대리바트 대표이사 사장, 김민덕 한섬 대표이사 사장 등 1960년대생 젊은 CEO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세대교체를 실시했다.

이에 따라 올해 3월 현대백화점 사내이사에 처음 이름 올린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의 영향력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유통업계 오너 2~3세가 경영자로서 활동하더라도 그를 보좌하는 ‘조력자’들은 대부분 부모세대 때부터 그룹 경영에 깊숙이 관여했던 잔뼈 굵은 인물들이 지근거리에서 보필해왔다.

이런 전문경영인 ‘조력자’들은 그룹의 2인자로서 오너일가의 전폭적 신뢰를 받으며 사실상 그룹의 굵직한 경영현안들을 진두지휘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유통업계 환경이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고 트렌드에 따라 변화하는 속도도 빨리지면서 기존 유통공룡들의 ‘생존’이 최대 과제로 떠오르며 세대교체가 정기 임원인사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이들도 자리를 떠나게 됐다.
 
정용진 정지선, 이마트 현대백화점 세대교체 인사로 업황 타개책 찾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조력자로 꼽히던 이갑수 전 이마트 대표가 올해 인사를 앞두고 퇴진한 것 역시 같은 흐름이다.

새 이마트 대표이사에는 신세계그룹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이 아닌 정 부회장이 직접 선택한 컨설팅회사 출신인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맡으면서 정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홀로서기’에 도전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너 경영자일수록 불확실성을 안고도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한 과감한 투자계획과 경영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점과 그동안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었던 ‘젊은 오너 경영자’로 평가되던 이들이 수년 동안 경영수업을 받아왔다는 점이 시기적으로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기존에 그룹의 2인자로 꼽히는 전문경영인들은 많은 권한을 가졌던 만큼 상대적으로 오너경영인보다 더욱 많은 경영상의 책임을 지는 경향도 있었는데 이제 오너경영자들이 경영실패에 따른 책임도 고스란히 지게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사실상 그동안 잔뼈 굵은 전문경영인들의 그늘 아래 있던 오너경영자들의 경영능력 및 그룹 운영능력을 평가해볼 시기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기업들이 영업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움직임 속에서 오너 경영인들의 존재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체질변화 및 신사업 추진 등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겠다는 오너일가의 의지가 반영된 만큼 각 그룹에서 나타날 변화의 바람도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