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문턱을 넘으면서 에이치엘비와 메지온 신약을 향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에이치엘비와 메지온은 현재 임상3상을 마치고 미국 식품의약국의 판매허가 절차를 밟고 있어 이르면 2020년 하반기경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메지온 에이치엘비, SK바이오팜 이어 미국 식품의약국 문턱 넘을까

▲ 박동현 메지온 대표이사 회장.


22일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가 미국 식품의약국의 품목허가를 받으면서 ‘K-바이오’의 신뢰가 회복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엑스코프리는 국내 바이오기업이 자체개발한 신약 가운데 자력으로 미국 식품의약국의 임상3상을 통과한 첫 사례다.

상업화 과정을 거쳐 2020년 출시되면 매출 1조 원가량을 낼 수 있는 신약으로 평가된다.

SK바이오팜의 성공을 이어갈 국내 바이오기업으로는 에이치엘비와 메지온이 꼽힌다.

메지온은 심장질환 치료제 ‘유데나필’의 임상3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2020년 3월 미국 식품의약국에 신약허가 신청(NDA)을 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유데나필은 선천적으로 심실이 1개만 존재하는 단심실 환자의 심장 및 운동기능을 개선하는 치료제다.

박동현 메지온 대표이사 회장은 “일반신약은 신청기간이 10개월 이상 소요되나 유데나필은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최종 검토기간이 6개월로 단축된다”며 “미국 식품의약국이 적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2020년 하반기 정도에는 최종 판매허가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치엘비도 항암신약 ‘리보세라닙’의 임상3상에 성공한 뒤 미국에서 상용화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10월24일 미국 식품의약국과 사전미팅을 끝냈고 11월24일 사전미팅 회의록 결과가 나오면 리보세라닙을 위암 3차 치료제 혹은 4차 치료제로 허가받기 위한 신청서를 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해는 신라젠의 임상3상 중단, 헬릭스미스의 임상3상 결과도출 실패 등으로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역량이 아직 부족하다는 시선이 늘어난 한 해였다. 특히 신라젠과 헬릭스미스는 모두 임상3상에서 환자의 약물 투여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는데 이는 국내 바이오기업의 경험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이번 SK바이오팜의 성과는 국내 바이오기업도 글로벌 혁신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는 희망이 되고 있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대표이사 회장과 박동현 회장은 모두 미국 식품의약국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박 회장은 17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미국심장학회(AHA)에서 각국의 심장 전문의들로부터 미리 축하의 인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데나필의 임상 1차 평가지표인 ‘최대 운동상태에서의 최대 산소 소비량 개선도’는 입증하지 못했지만 2차 평가지표인 ‘적정 수준의 활동에서 산소 소비량’은 품목허가를 받기에 충분한 결과를 냈다는 것이다.
 
메지온 에이치엘비, SK바이오팜 이어 미국 식품의약국 문턱 넘을까

▲ 진양곤 에이치엘비 대표이사 회장.


메지온 측은 적정 수준의 활동에서 산소 소비량이 단심실 환자의 운동능력 향상을 검증하는 데 더 적절한 지표라고 강조하고 있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도 리보세라닙이 1차 지표인 전체 생존기간(OS) 데이터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했지만 신약 허가를 받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2차 지표인 무진행 생존기간(PFS)이 더 의미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체 생존기간이란 환자가 치료를 시작 뒤부터 사망에 이른 때까지 걸린 기간을, 무진행 생존기간이란 암이 커지지 않고 환자가 생존하는 기간을 말한다.

진 회장은 “위약군 가운데 특정 국가 데이터에서 전체 생존기간 수치가 높게 나왔고 그 국가 표본이 많다보니 전체 데이터 중앙값을 왜곡했다”며 “성공적 임상3상 결과를 바탕으로 2020년 4월 허가신청서를 제출해 2020년 4분기 최종 판매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식품의약국에 허가신청서를 제출한 신약이 최종 허가를 받을 확률은 평균 85%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