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웅진코웨이 매각을 놓고 넷마블과 협상이 지연되면서 합의점을 찾는 데 부심하고 있다. 

웅진코웨이 우선협상대상자인 넷마블이 웅진코웨이 강성 노조를 문제 삼고 있지만 웅진그룹 차원에서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없는 데다 웅진그룹 재무 건전성을 위해서는 넷마블이 요구하고 있는 인수가격을 낮추는 것도 쉽지 않다. 
 
[오늘Who] 속타는 윤석금, 웅진코웨이 매각협상 속도낼 카드 적어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14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웅진그룹과 넷마블이 예정된 인수주식매매계약 체결(SPA)을 일주일가량 미루면서 예상보다 협상 과정이 길어지고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넷마블이 예비실사 과정에도 참여하지 않고 1조8천억 원 대의 거액을 베팅하면서 빠르게 거래를 마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넷마블은 최근 공식석상에서 웅진코웨이 매각 문제에서 서두를 것이 없다고 태도를 보이는 등 초반의 적극적인 모습과 달라지고 있다.

서장원 넷마블 부사장은 12일 열린 넷마블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웅진코웨이 인수와 관련해 “실사 과정을 진행하고 있고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노무 이슈는 경영환경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거래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넷마블은 현재 실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노조 문제와 직접고용에 대한 부담이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는 요인으로 알려졌다.

가장 크게 불거진 문제로는 웅진코웨이의 특수계약직인 ‘CS닥터’ 직접고용이 꼽힌다.

CS닥터는 웅진코웨이 제품 이용자를 방문해 정수기 등을 관리하는 직원들을 말한다. 웅진코웨이 노조는 웅진코웨이가 1560명에 이르는 CS닥터들을 직접 고용할 것을 요구하면서 넷마블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18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넷마블이 아직까지 우선협상 대상자이지만 앞으로 본협상을 마치게 돼 노조의 요구대로 CS닥터를 직접 고용하게 되면 퇴직금과 기타 수당 등 지급해야할 금액이 1천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웅진코웨이 영업을 맡고 있는 '코디' 등도 노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넷마블로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넷마블은 웅진코웨이 인수 뒤에 직접고용에 따른 비용뿐 만 아니라 기존 게임회사에서 경험하지 못한 강성 노조를 마주하는 부담을 안아야 하기 때문에 협상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넷마블은 이런 이유를 들어 인수금액을 낮춰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 회장으로서는 해결할 만한 카드가 많지 않아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이미 '가격조정한도'에 웅진그룹과 넷마블이 협의한 만큼 인수가격을 낮춰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넷마블은 본입찰에 참여했을 때 1조8천억 원 중반을 제시하면서 가격조정한도도 2% 수준에서 웅진그룹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조정한도는 인수자가 본입찰 때 적어낸 인수가에서 얼마만큼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지를 미리 정해놓는 것이다. 

넷마블이 제시한 가격을 1조8500억 원으로 단순계산하면 최대 1조8870억 원에서 1조8130억 원에서 협상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더욱이 윤 회장으로서는 웅진그룹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기존 가격에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 

웅진그룹은 이번 인수자금을 통해 1조1천억 원의 인수금융과 5천억 원의 전환사채를 해결하고 나면 2천억 원 정도를 손에 쥐게 되지만 이자 비용 등을 감안하면 1조8천억 원 밑으로 협의하기에도 쉽지 않다.

다만 거래당사자인 웅진그룹과 넷마블 모두 협상이 결렬돼 거래가 무산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웅진그룹은 악화된 재무상황에서 인수금융 등의 이자비용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만큼 정해진 기한까지 거래를 마무리 해야 한다. 

넷마블도 당초 예비실사에도 참여하지 않고 거액을 베팅한 만큼 이번 거래가 무산된다면 성급하게 달려들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거래당사자인 웅진그룹과 넷마블 모두 합의점을 찾기 위해 우회 지원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여러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넷마블이 실사를 진행하면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면서도 “매각일정에 큰 차질은 없고 내년 초에 종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