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주주 신뢰로 자본 안정성 확보, 이승건 증권사 인터넷은행 보인다

▲ (왼쪽부터)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이사, 서정훈 지그재그 대표, 김한준(한 킴) 알토스벤처스 대표. <이승건 페이스북 캡처>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이사가 모바일금융 플랫폼 토스의 사업 다각화를 위한 큰 관문을 넘었다. 

이 대표는 투자자들과 쌓은 신뢰를 토대로 토스의 약점으로 꼽히던 자본 안정성을 강화함으로써 인터넷전문은행과 증권사 설립에도 바짝 다가선 것으로 보인다. 

14일 글로벌 벤처캐피털 알토스벤처스의 김한준(한 킴) 대표는 ‘이제 토스 더더더! 빨리 합시다!’라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올렸다.    

알토스벤처스는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플리카의 주요주주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이날 모든 주식의 상환권을 없애기로 주주 동의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에 김 대표는 토스가 인터넷전문은행, 증권사 등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글을 남긴 것이다.  

이 대표도 페이스북에 김 대표 등과 찍은 사진들을 게시할 정도로 개인적으로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김 대표 등 주주들과 쌓은 이런 신뢰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주주들로부터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모두 전환우선주(CPS)로 전환한다는 동의를 얻을 수 있었던 데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상환전환우선주는 일정 조건에서 투자자가 상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이고 전환우선주는 상환권을 없애고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만 부여된 주식을 말한다.

주주로서는 주식을 현금화할 수 있는 권리의 중요한 부분을 포기하는 것인 만큼 투자한 회사에 강한 신뢰가 없다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핀테크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타트업이 초기 투자자인 벤처캐피털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일반적”이라면서도 “이 대표는 사업 초기 투자자들과 개인적으로도 신뢰를 쌓아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토스의 자본구성을 전환함에 따라 금융당국이 토스 증권사의 설립 인가를 이른 시일 안에 내줄 것이라는 시선도 늘고 있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상환전환우선주가 대부분인 비바리퍼블리카의 자본구성을 문제 삼아 토스 증권사 설립 인가를 내주는 데 회의적 시각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상환우선주는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 등에서 자본이 아닌 부채로 인식돼 금융회사 자본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시각이 있어 이 대표는 이를 전환우선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 대표는 5월 토스 증권사의 설립 인가를 신청했지만 6개월이 넘도록 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증권사 설립 인가는 보통 나오는 데 2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이 대표가 비바리퍼블리카의 자본구성을 각종 회계기준에서 자본으로 인식되는 전환우선주로 모두 바꿈에 따라 금융당국도 토스 증권사 설립 인가를 미룰 이유가 없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 대표가 추진하고 있는 제3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의 인가에도 이번 자본구성 변화는 긍정적일 수 밖에 없다. 

이 대표는 6월 자본안정성 문제로 토스뱅크가 제3인터넷전문은행 심사에서 탈락하자 10월 KEB하나은행, SC제일은행 등 전략적투자자를 대거 보강해 토스뱅크 컨소시엄을 다시 구성했다.  

새 토스뱅크 컨소시엄이 주주구성에서 크게 안정감을 높인 데다 최대주주인 비바리퍼블리카(34%)의 자본 안정성까지 강화돼 예비인가 심사 통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한 관계자는 “자본구성 변화로 토스뱅크 컨소시엄의 유일한 ‘아킬레스건’이 보완됐다”며 “예비인가 심사의 통과가 사실상 확정적”이라고 내다봤다. 

비바리퍼블리카 관계자는 "주주사들이 오랜 신뢰를 바탕으로 상환권을 포기하는 과감한 결정은 내렸다"며 "증권사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통해 금융혁신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