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중심의 매출구조에서 벗어나는 게 내년 목표다.” 

박정국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이 최근 한국생산관리학회 강연장에서 한 기자와 만나 한 말이다. 
 
[오늘Who] 친환경차 탄 현대모비스. 박정국  '현대차 의존' 독립 자신

박정국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


현대모비스의 현대차그룹 의존도 줄이기는 새로운 과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박 사장이 구체적 시기를 못박으면서까지 다시 한 번 이를 강조한 데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이 오르는 지금이 외부 고객사를 늘려 현대차그룹에서 '독립'할 수 있는 적기라고 봤기 때문으로 보인다. 

13일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올해 안에 현대기아차가 아닌 완성차기업의 전동화부품 수주에서 추가적 성과를 내기 위해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느 기업과 접촉하고 있는지는 기밀사항이라 밝힐 순 없다”며 말을 아꼈다. 

박 사장은 세계 완성차기업인 폴크스바겐 등이 전기차 양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외부 수주를 확대하는 데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완성차기업들은 부품 협력업체를 선정한 뒤 신뢰관계 등을 이유로 쉽사리 업체를 변경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기차시장은 아직 성장기에 있기 때문에 고객사 확보가 상대적으로 쉽다.

박 사장은 현대모비스는 3분기에 현대기아차를 대상으로 전동화부품 공급을 늘린 덕분으로 전동화부품 매출을 확대했지만 실적 대부분을 '집토끼'인 현대기아차에서 낸 만큼 이에 만족하지 않고 수주대상을 넓히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3분기에 현대차의 코나EV, 기아차의 니로EV 등에 부품을 공급해 전동화부문에서만 매출 7046억 원을 거뒀다. 2018년 3분기보다 64.9% 늘어난 수치다.

현대모비스는 전동화부품을 앞세워 외부 고객사를 확대하기 위해 공장 증설도 추진하고 있다.

올해 9월 울산 이화산업단지에서 '친환경차 핵심부품 울산 공장 기공식'을 진행하며 이곳에 3천억 원을 투자해 연간 10만 대 규모의 전기차 핵심부품을 생산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2013년 친환경부품을 생산하는 충주1공장 준공을 시작으로 2017년에 서산주행시험장을 완공했다. 2018년에는 수소사회 비전을 제시하며 충주2공장 신축을 결정했다. 

박 사장은 올해 북미를 중심으로 해외 완성차기업 대상 신규수주를 늘린 만큼 현대기아차 의존에서 탈피할 수 있다는 데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외부시장의 고객이 늘어난 만큼 전동화부품 수주를 위한 영업환경이 좋아졌다는 점도 박 사장에 힘이 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3분기까지 외부시장에서만 14억7900만 달러를 수주했다. 2018년 연간 수주규모의 87%를 3분기만에 거둔 것이다. 

박 사장은 “수십 년 경험이 아무런 쓸모가 없어졌다”고 말할 만큼 자동차산업이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고 바라본다. 변화의 흐름 앞에서 기존의 관행대로 하다가는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고 여기는 셈이다. 박 사장이 현대기아차 의존 줄이기에 속도를 내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현대모비스는 2018년 실적을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74.5%를 현대기아차를 통해 올렸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