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2020년 발주될 해양설비 수주전에 대비히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두 조선사는 해양부문 일감이 부족한 탓에 유휴인력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해양부문 인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일감을 확보하지 못한 데다 수주가 가능한 해양설비도 더 이상 없기 때문에 내년 발주될 해양설비 수주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유휴인력 해소 위해 해양설비 수주 총력전

▲ 가삼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6일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캐나다의 해양유전 개발계획인 베이두노르드(Bay Du Nord) 프로젝트에 쓰일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를 수주하기 위해 입찰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조선해양 전문매체 업스트림은 발주처인 노르웨이 에너지회사 에퀴노르가 2020년 1분기 안에 설비의 EPC(일괄도급공사)회사를 선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올해 11월 안에 설비 발주를 위한 입찰초청서(ITT)를 발송한다고 보도했다.

미국 석유회사 셰브론도 호주 잔스아이오(Jansz-Io) 프로젝트에 쓰일 반잠수식 플랫폼(Semi-Submersible Platform)의 입찰초청서를 올해 안에 조선사에 보낸다. 이 설비의 입찰에는 대우조선해양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도 참여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새로 진행되는 입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미 입찰이 마감된 설비를 따내기 위한 영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앞서 10월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미얀마 해양가스전 개발계획인 슈웨3(Shwe3) 프로젝트에 쓰일 가스생산 플랫폼의 기초설계사업을 미국 맥더못과 각자 수주했다. 설비 발주는 2020년 하반기로 예상되는데 현대중공업은 수주전의 구도가 맥더못과의 2파전으로 좁혀진 만큼 영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호주 브로우즈(Browse) 프로젝트에 쓰일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 2기의 수주전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설비의 입찰 신청은 지난 9월 마감됐다.

두 조선사는 모두 해양설비 수주가 시급하다. 현재 직면해 있는 해양부문의 유휴인력 문제의 근본적 해결방안은 일감 확보뿐이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9월 들어 해양부문 유휴인력의 일부를 상선건조부문으로 전환배치하기 시작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인력 전환배치는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꾸준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해양부문의 일감이 바닥을 드러내는 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고정식 플랫폼 1기를 수주한 뒤 올해까지 5년 동안 해양설비를 수주하지 못했는데 이 설비를 내년 상반기 인도하고 나면 일감은 사라진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은 수익성이 뛰어난 소수 해양 프로젝트에만 전략적으로 참여한다는 기존의 수주전략을 수정해 수익성이 다소 낮은 프로젝트의 설비 수주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현대중공업도 대우조선해양보다 사정이 조금 나을 뿐 해양부문의 유휴인력 문제는 큰 부담이다.

2014년 원유생산 플랫폼을 1기 수주한 뒤 2018년 10월 킹스키 프로젝트에 쓰일 반잠수식 원유생산설비(Semi-Submersible FPS)를 수주할 때까지 새로운 수주가 없었다. 2014년 수주한 플랫폼을 지난해 8월 인도한 뒤 일감이 사라져 해양부문 인력 전체가 유휴인력이 됐다.

이에 따라 2019년 4월 해양부문 유휴인력 일부를 조선부문이나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계열사로 전환배치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은 앞서 8월 킹스키 반잠수식 원유생산설비의 건조를 시작하며 급한 불을 껐다. 그러나 설비 전부를 수주한 것이 아니라 선체에 해당하는 하부구조(헐)만을 수주한 것이라 일감 규모가 일반적 해양설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유휴인력의 일부만이 건조에 투입되는 데다 건조기간도 짧아 일감 문제를 전부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올해 현대중공업은 베트남 블록B 프로젝트에 쓰일 고정식 플랫폼의 상부구조(톱사이드)와 사우디아라비아 마르잔 프로젝트의 해양설비 수주를, 대우조선해양은 영국 로즈뱅크 프로젝트의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 수주를 각각 기대했다.

그러나 블록B 프로젝트와 로즈뱅크 프로젝트는 발주처의 채산성 재검토로 설비 발주가 연기됐고 마르잔 프로젝트는 발주처 아람코가 인도 컨소시엄을 선택했다.

두 조선사 관계자는 모두 “내년에는 해양설비를 수주해 유휴인력 문제 해결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