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상 신라젠 대표이사가 1100억 원의 전환사채 조기상환을 하면서도 항암제 ‘펙사벡’의 병용요법 임상을 차질 없이 진행해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펙사벡의 임상3상 실패로 추가 연구자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여 다양한 암을 대상으로 펙사벡 병용임상을 확대하려던 기존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늘Who] 문은상 신라젠 신약개발 의지, 임상자금 조달은 낙관 못해

문은상 신라젠 대표이사.


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이 고율의 이자 부담을 덜기 위해 전격적으로 전환사채 반환을 결정하면서 펙사벡의 후속 임상에 지장을 줄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번 전환사채 조기상환으로 문 대표가 신라젠의 활로를 찾는 일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바라본다.

문 대표는 임상 실패 뒤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리제네론’과 각각 진행하는 대장암, 신장암 대상 펙사벡과 면역관문억제제 병용요법 임상1상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소화기 암종과 기타 암종을 대상으로 신규 병용요법 임상도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제는 임상에 필요한 자금이다. 

신라젠은 800억 원 정도의 여유자금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라젠이 현재 진행하고 임상은 모두 6개로 전임상 내지 임상1상이라 각각 50억 원 안팎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정할 때 연간 300억 원가량을 연구자금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라젠의 임상들이 대부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1천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임상3상과 달리 자금 부담이 덜하다.

그러나 문 대표의 계획대로 1년에서 3년 가량 지속하는 여러 임상을 동시에 진행하려면 현재 들고 있는 800억 원의 자금으로는 모자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펙사벡의 간암 대상 임상3상 실패로 신약으로 기대치가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대규모 신규자금을 모집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 대표는 신장암을 대상으로 한 펙사벡 병용요법 임상1상 뒤 기술수출을 해 후속 임상을 위한 연구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문 대표는 펙사벡이 신장암에서 좋은 결과를 낸다면 이 분야의 후발주자인 다국적 제약사 리제네론과 사노피가 관심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신라젠 관계자는 “신장암 등의 임상에서 긍정적 데이터가 도출된다면 전략적 투자파트너 유치를 포함한 다방면의 자금조달을 검토해 펙사벡의 가치 극대화를 위한 추가 임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장암 대상 펙사벡 병용요법 임상1상 결과는 2020년 하반기는 돼야 나올 것으로 보여 자금 확보계획이 실현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신약 후보물질의 기술수출이 임상2상을 마친 뒤 진행되는 사례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문 대표의 계획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병용요법은 실패사례도 많다는 점도 자금유치에 부정적 전망을 주는 요인이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17년 하반기 항암제 분야에서 관심이 높았던 영역이 면역항암제, 면역관문 억제제와 병용투여와 관련된 신약 후보물질이었다”며 “많은 병용투여 임상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임상에 실패하거나 기대이하의 반응률을 보였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