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검찰의 승합차호출 ‘타다’ 기소를 계기로 난처한 처지에 몰리고 있다.

택시업계와 타다 측의 갈등이 격화하면서 양쪽 모두를 만족하는 절충점을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혁신산업과 기존산업 샌드위치, 타다와 택시 갈등의 책임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31일 정치권과 관련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국토부가 택시업계와 타다 갈등을 키운 책임론에 휩싸였다.  

타다를 비롯한 스타트업업계는 정부가 혁신성장을 외치면서도 정작 국토교통부가 택시업계의 편을 들며 새로운 형태의 사업모델을 인정하는 데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타다를 운영해 검찰에 기소된 이재웅 쏘카 대표도 국토부를 향한 불만과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대표는 30일 한 세미나에 참석해 “기소를 당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국토교통부가 우리를 포용하고 문제가 있으면 맞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빠르게 선언하지 않은 점”이라며 “대통령까지 나서서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를 이야기 했는데 국토교통부가 측정되지 않은 피해를 들며 우리보고 그냥 택시회사가 되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우리나라 법에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고 경찰도 수사 뒤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며 “국토교통부도 1년 넘게 불법이니 하지 말라고 한 적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28일 이재웅 쏘카 대표와 쏘카 자회사로 타다 서비스를 운영하는 박재욱 VCNC 대표와 각 법인을 기소했는데 이를 놓고 정부의 혁신산업 의지가 시험대 올랐다는 말이 나온다. 국토부의 책임론과 함께 향후 대책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31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신산업은 기존산업과 이해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있지만 마냥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며 "이해는 조절하면서 신산업을 수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의 이번 기소가 하필이면 문재인 대통령이 네이버 개발자포럼 ‘데뷰 2019’에 참석해 신산업 성장을 강조한 날이었던 점도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검찰이 정부의 혁신의지를 정조준해 시험대에 올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국내 최대 스타트업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정부, 국회, 검찰 모두 스타트업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며 입장문을 냈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의 처지는 더욱 애매해졌다. 특히 검찰이 기소 결정을 내리기 전 국토부에 의견을 물었지만 국토부는 명확하게 의견을 밝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타다 측과 택시업계의 태도는 앞으로 더 강경해질 가능성이 크다.

택시업계에서는 검찰의 기소를 계기로 타다가 즉시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철희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29일 김경진 무소속 의원과 함께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유상 택시회사들의 위법성이 검찰의 기소로 명명백백 밝혀졌다”며 “타다는 즉시 사업장을 폐쇄하고 재판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날까지 타다의 영업중단 등을 놓고 공식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검찰의 기소에 따른 재판 과정을 지켜본 뒤 결정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그만큼 갈등 장기화에 따른 부담을 국토부가 고스란히 안을 수밖에 없다.  

다만 검찰의 이번 타다 측 기소를 계기로 국토부의 결단이 혁신산업을 지지하는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잇달아 검찰의 타다 측 기소를 놓고 검찰의 기소가 성급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30일 한 방송에 출연해 “검찰의 기소에 당혹감을 느꼈다”며 “택시 운전사의 권리는 보호하는 동시에 혁신을 통한 이익을 보장해 주는 제도적 장치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9일 ‘불법 타다 영업을 중단시켜 주십시오’와 ‘타다의 영업을 합법화 해주세요’라는 청원이 함께 올라왔다.

31일 오후 5시 현재 ‘타다 영업 중단’ 청원은 2426명, ‘타다 합법화’ 청원은 5252명의 동의를 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