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 조합 대의원회의 입찰무효 결정에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갈현1구역 조합 대의원회가 현대건설 입찰 무효와 함께 입찰보증금 1천억 원 몰수까지 함께 의결한 상황이라 현대건설로서는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데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갈현1구역 입찰무효에 1천억 날릴 위기, 법적대응 고심 깊어

▲ 박동욱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28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을 놓고 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대건설이 낸 입찰제안서에 문제가 없음을 밝히기 위한 법률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법적 대응으로 사업이 장기화하면 현대건설은 물론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원들도 피해를 크게 보겠지만 현재 조합 대의원회와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법적 대응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현대건설이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분명한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조합 측을 상대로 한 소송을 벌여도 얻을 것이 많지 않은 점은 현대건설이 법적 대응의 방식과 수위를 결정하는 데 고민이 될 수 있다.

현대건설이 소송을 통해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 조합 의결의 일부나 전부를 무효화해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해도 법적 분쟁 뒤에 시공사 선정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법적 분쟁 과정에서 조합 대의원들과 감정의 골이 깊어질 수 있는 데다 사업도 최소 2~3년은 늦어져 일반 조합원들의 마음이 돌아설 가능성이 있어 소송에 필요한 인력과 비용만 낭비할 위험이 있는 셈이다.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은 26일 대의원회를 열고 현대건설의 시공사 입찰참가 무효와 입찰보증금 1천억 원 몰수, 향후 입찰참가 제한, 시공사 선정 재공고 등 안건을 의결했다. 
   
현대건설이 제시한 입찰제안서에 설계도면 일부 누락, 공사비 예정가격 위반 등 문제가 있어 향후 시공사 선정 과정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현대건설이 제안한 이주비 지원이 최소 2억 원에서 최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80%까지인 점도 ‘시공과 관계없는 재산상 이익 제공’이 될 수 있다고 조합 대의원회는 보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와 관련해 모두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합이 요구한 입찰 규정과 제안서 기준에 맞게 입찰제안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특히 전체 조합원이 2700명 가까이 되는 상황에서 시공사 입찰자격 박탈과 같은 중요한 문제가 조합 총회를 거치지 않고 대의원회 의결만으로 결정된 점과 관련해 조합원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한다. 

26일 열린 대의원회는 전체 대의원 100명 가운데 86명이 표결에 참여했다. 이 가운데 현장에 직접 나온 것은 16명으로 나머지는 서면대리를 통해 의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조합원은 대의원회가 열리기 전에 법원에 대의원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이 이들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대의원회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입찰보증금 1천억 원을 몰수하겠다는 것도 명백한 사유가 없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조합 측을 상대로 한 법적 소송이 부담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조합 대의원과 일반 조합원의 의견이 충분히 다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적 대응과 관련해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은 2019년 서울시 용산구 한남뉴타운 3구역 재개발사업 다음으로 꼽히는 대어급 사업으로 공사비만 9200억 원에 이른다.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2파전으로 수주전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재개발사업 조합이 현대건설의 입찰 무효안건을 의결함에 따라 유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번 연속으로 유찰이 이뤄지면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은 시공사 선정을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