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순이익에서 ‘리딩금융지주’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KB금융지주의 거센 추격으로 선두 유지를 낙관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다.

올해 신한금융지주 실적 증가에 오렌지라이프 지분 인수효과가 크게 반영된 만큼 내년에도 이런 효과를 위해 나머지 지분을 인수하는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한금융, ‘리딩금융’ 수성 위해 오렌지라이프 잔여지분 매입 서두르나

▲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8일 “신한금융지주는 4분기에 사상 최고 실적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며 “영업환경 악화에도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통해 비이자이익을 늘렸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3분기까지 연결기준으로 누적 순이익 2조8960억 원을 보며 KB금융지주의 누적 순이익 2조7781억 원을 제치고 국내 금융권 1위를 지켰다.

하지만 신한금융지주 실적에 올해부터 새로 반영된 오렌지라이프 지분법이익 1251억 원을 제외하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KB금융지주를 소폭 밑돈다.

KB금융지주 자회사인 KB증권과 KB생명보험이 1~3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이익 증가세를 보인 반면 신한금융지주 자회사인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생명보험 순이익은 크게 줄었다.

신한금융지주 순이익 1위 수성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오렌지라이프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는 만큼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신한금융지주가 내년에도 1위를 지킬지는 낙관하기 어렵다.

KB금융지주의 비은행 계열사가 지금처럼 꾸준한 실적 증가세를 이어간다면 신한금융지주와 격차를 더욱 좁혀 순위가 역전될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는 2009년부터 현재까지 순이익 1위로 리딩금융지주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2017년에는 KB금융지주에 선두를 빼앗기며 자존심이 꺾였다.

금융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든 상황에 1위를 지킨다는 것은 시장 변화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안정적 사업구조를 갖췄다는 의미기 때문에 선두를 지켜내는 것이 중요한 성과로 꼽힌다.

결국 신한금융지주는 내년에도 KB금융지주를 넘고 순이익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신한카드를 제외한 신한금융지주 비은행 계열사는 대부분 이익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룹 차원의 글로벌투자금융과 해외사업 이익은 늘고 있지만 전체 실적에 기여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결국 신한금융지주가 계획중인 오렌지라이프 잔여지분 인수 시기를 앞당겨 내년 실적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 이익 증가에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 방법으로 꼽힌다.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오렌지라이프 지분 59.15%를 인수해 실적에 반영했는데 수년 안에 나머지 지분도 모두 사들여 지분율을 100%까지 높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 잔여지분 40.85%를 인수하면 국내 금융지주사 가운데 유일하게 내년 연결기준 순이익이 올해보다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B금융지주와 격차를 벌려 리딩금융지주 자리를 최소한 내년까지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신한금융지주는 오렌지라이프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해 신한생명과 합병하는 계획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현재 나머지 지분을 인수할 시점을 확정하지 않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오렌지라이프 나머지 지분 인수는 전략적 결정이기 때문에 시기를 확정하지 않고 있다”며 “내년이 될 수도, 2021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한금융지주가 내년에도 순이익에서 확실한 선두를 지키려면 나머지 지분 인수를 서두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한금융지주는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 합병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오렌지라이프 나머지 지분 인수시기를 늦출 만한 이유가 크지 않다.

류승헌 신한금융지주 재무총괄 부사장은 25일 콘퍼런스콜에서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을 위한 준비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며 합병 추진계획을 공식화했다.

신한금융지주가 내년에 오렌지라이프 나머지 지분을 사들인다면 지분법이익 증가효과를 볼 수 있고 신한생명과 합병에도 속도를 낼 수 있는 ‘일석이조’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오렌지라이프 주가가 보험업황 부진 등 영향으로 크게 떨어져 나머지 지분 인수에 부담이 줄어든 점도 신한금융지주에 긍정적이다.

신한금융지주가 지난해 오렌지라이프 지분을 사들인 가격은 주당 4만7400원이지만 현재 주가는 28일 종가 기준으로 2만7600원에 그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오렌지라이프 나머지 지분 인수를 추진할 수 있는 자금은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며 “경영권 프리미엄도 제외된 만큼 이전보다 금액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