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업황 회복국면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달리 적극적으로 시설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불황기에 감산을 하지 않고 버텼는데 시설투자를 늘려 반도체업황 반등과 함께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반도체 시설투자 늘려 내년 업황 반등 때 점유율 확대 의지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31일 진행하는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2020년 메모리반도체 시설투자 방향을 제시한다. 

삼성전자와 함께 메모리반도체 3강으로 꼽히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모두 내년 시설투자(CAPEX)를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메모리반도체업황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대외적 불확실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SK하이닉스는 24일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시설·장비투자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 역시 9월 말 콘퍼런스콜에서 시설투자를 줄이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들과 다르게 시설투자를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소 불안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업황 회복 국면이 왔을 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원가 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 확대는 곧바로 큰 폭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영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8일 삼성전자를 두고 “내년에 낸드는 당연히 시설투자가 증가하고 D램 또한 적어도 올해보다 시설투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D램 시설투자액이 2019년 8조5천억 원에서 2020년 9조5천억 원으로, 같은 기간 낸드 시설투자액은 9조4천억 원에서 12조5천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삼성전자는 D램보다 시장 점유율이 낮은 낸드부문의 투자를 공격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초 가동예정인 시안2공장을 중심으로 증설이 이뤄질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최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공격적 낸드 증설은 전략적 측면이 강하다”며 “상대적으로 원가구조에서 우위가 있는 삼성전자가 의도적으로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나설 것”이라고 바라봤다.

D램은 낸드보다는 보수적으로 투자와 생산 운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기도 화성애 있는 13 라인의 이미지센서(CIS) 전환 등이 이뤄지면 D램 생산규모가 줄어들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증설이 평택2공장이나 평택1공장 등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떠오른다.

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 반도체 시설투자액은 8조8246억 원으로 2018년 같은 기간 13조3415억 원보다 33.9% 감소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발표 때 시장의 수요에 빠르게 대응해 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향후 반도체부문의 시설투자 확대를 예상하게 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7월 말 콘퍼런스콜에서 “탄력적 투자 집행이 중요하기 때문에 투자 검토 빈도를 늘렸다”며 “최대한 빠르게 시장의 수요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메모리반도체 장비를 발주하면서 시설투자 확대에 들어갔다는 관측도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2공장용 D램 장비와 시안2공장용 낸드 장비를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 3만 장 규모의 웨이퍼를 투입할 수 있는 규모로 파악된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경쟁사와 다른 투자행보를 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미 삼성전자의 ‘다른 전략’은 효과를 보고 있다. 

올해 들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D램과 낸드 모두 생산량을 줄였지만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하지 않겠다”는 전략을 고수했다. 그 결과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점유율이 확대됐다.

시장 조사기관 IHS마킷은 9월 삼성전자가 3분기 D램 점유율 47%, 낸드 점유율 39%를 차지하며 경쟁사와 격차를 벌릴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D램 점유율은 2018년 말 39.9%, 낸드 점유율은 올해 1분기 29.9%까지 하락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