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이 현대건설의 입찰 무효를 검토하기로 하면서 사업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24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은 26일 긴급 대의원회를 열고 현대건설의 입찰 무효 등 4가지 안건을 논의하기로 했다.
 
서울 갈현1구역 재개발, 현대건설 입찰무효 움직임에 사업 장기화 조짐

▲ 박동욱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 수주전은 현재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2파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만약 대의원회가 현대건설의 입찰 무효 안건을 의결하면 경쟁입찰이 성립되지 않아 입찰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한다.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은 현대건설이 낸 입찰제안서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대의원회 소집 이유로 들고 있다.

문제가 있는 입찰제안서로 사업을 진행해 향후 시공사 선정 무효소송 등이 벌어지게 되면 재개발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건설이 제안한 이주비 지원규모가 과도한지 여부가 쟁점으로 꼽힌다. 

현대건설은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에 이주비를 최소 2억 원에서 최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80%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기본 이주비 LTV 40%에 각 건설사 신용등급에 따라 추가 이주비를 허용하는 재건축사업과 달리 재개발사업은 이주비 제한규정이 따로 없다.

하지만 적정한 수준을 넘어 부당한 이익 제공이라고 판단되면 문제가 될 수는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갈현1구역 재개발조합에 제안한 추가 이주비 지원 규모는 현대건설 여력에 맞춰 일반적으로 제시하는 수준”이라며 “무이자로 제공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서울시 지침과 조합 입찰지침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라 법적으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입찰이 마감된 지  불과 3~4일 만에 현대건설에 소명기회를 주지도 않고 입찰 무효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현대건설은 대의원회 결과를 기다려 향후 대응을 마련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법적소송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만약 현대건설 입찰무효 안건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진통의 여파는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특정 건설사가 대의원을 비롯한 조합원들의 의사 결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떠돈다. 

갈현1구역과 같은 대규모 정비사업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진통을 겪는 사례가 많다. 건설사의 치열한 수주전은 조합원에 부당한 이득 제공이나 경쟁사 비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번 수주전에 참여하는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은 2017년 서울 강남권 수주전에서 조합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기도 했다. 

은평구청이 각 건설사의 입찰제안서에 문제 소지가 있는지 신중하게 검토하라고 갈현1구역 재개발조합에 권고한 것도 이런 문제들과 맥락을 같이 한다.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은 2019년 서울시 용산구 한남뉴타운 3구역 재개발사업 다음으로 꼽히는 대어급 사업으로 공사비만 9200억 원에 이른다. 2006년 GS건설과 삼성물산이 시공사로 뽑혔지만 이후 절차상 문제로 사업이 중단됐다.  

11일 입찰이 마감됐으며 11월24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가 열린다. 다만 26일 대의원회 결과에 따라 일정이 달라질 수 있다. 

2번 연속으로 유찰이 이뤄지면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은 시공사 선정을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