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원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이 ‘갑횡포 논란’으로 향후 거취에 시선이 몰린다.  

권 회장은 그동안 증권사와 금융당국의 가교 역할을 맡아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힘을 쏟아왔는데 회원사들의 우호적 여론이 높아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권용원, 금융투자협회 우산으로 '갑횡포' 소나기 피하나

권용원 한국금융투자협회장.


24일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권 회장이 향후 거취를 놓고 사퇴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결국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협회 회원사들이 권 회장의 사퇴를 원하지 않고 있는 데다 폭로된 녹취록의 내용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만큼은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시각도 회원사 사이에 넓어지고 있다.

권 회장은 21일 공식 사과문을 내놓은 직후 거취를 놓고 증권사 대표들과 의견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증권사 대표이사들은 대부분 권 회장이 물러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 아니라는 뜻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전에 문제가 됐었던 고위층이나 오너 일가의 ‘막말’ 논란과 비교하면 발언의 심각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며 “사석에서 더욱 심한 발언을 했을 증권사 대표들도 있는데 과연 권 회장의 퇴진을 요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권 회장 역시 공식 사과문에서 즉각 사퇴하겠다는 뜻을 보이기보다 “각계 각층의 의견을 따르겠다”는 단서를 달며 여지를 남겨뒀다.  

권 회장은 관료로 약 15년, 민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로 14년여 동안 일하며 증권업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넓은 인맥을 보유하고 있다. 권 회장의 거취를 놓고 회원사들을 중심으로 우호적 여론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금융투자협회는 소수의 이사회 멤버들이 회장을 선출하는 보험협회나 은행연합회와 달리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회원사 대표들이 직접 회장을 뽑는다. 지난해 권 회장을 지지했던 이들이 갑자기 등을 돌릴 가능성이 낮은 셈이다.

권 회장은 그동안 사모펀드 규제완화, 증권사의 차이니즈월(정보교류차단장치) 개선 등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힘을 쏟아왔다.

키움증권에서 장수 최고경영자(CEO)를 맡아온 경험을 토대로 증권사와 금융 당국의 가교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권 회장이 자본시장 활성화를 이끌 책임을 앞세워 일단 '소나기'를 피한 다음 결국 임기를 이어가지 않겠느냐는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권 회장은 사과문에서 “아무쪼록 조직이 빨리 안정을 되찾아 중요하고 시급한 현안들이 중단없이 추진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사무금융 노동조합에서 권 회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 점에서 권 회장이 ‘버티기’로 일관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사무금융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권 회장을 일벌백계하지 않는다면 7월16일부터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며 “권 회장은 즉각 사퇴해야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권 회장이 현재 모든 공식활동을 중단한 상태”라며 “조만간 이사회에 거취와 관련한 공식의사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국내 한 매체는 권 회장이 운전기사에 “새벽 세 시까지 술을 먹을테니 각오하라”는 등의 막말을 담은 녹취록을 공개해 파문이 확산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