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향한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24일 GS홈쇼핑에 따르면 GS홈쇼핑이 산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 지분을 매도한 계약주체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일가 4명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 내부적으로 균등하게 상속지분을 나눈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조양호 한진칼 지분 균등해 상속받나, 조원태 대한항공 지배력 불안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GS홈쇼핑 관계자는 이날 비즈니스포스트에 “GS홈쇼핑이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지분을 매수한 이번 계약의 세부내역을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계약주체에 조 회장 일가 4명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양호 전 회장의 한진 지분을 매각한 계약주체가 누구인지는 10월 말까지로 예정된 상속세 신고와 관련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상속지분을 어떻게 나눴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조 회장 일가는 현행법상 상속세를 31일까지 신고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속세를 내기 위한 자금을 많이 준비하는 쪽이 상속지분을 더 보유하게 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조 회장 일가 사이에 상속을 두고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속비율이 얼마로 합의될지를 두고 해석이 분분했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다른 가족들이 상속지분을 몰아줄 수도 있다는 시선도 있었지만 가족 사이 합의로 균등하게 배분하는 방식으로 결론이 날 수 있다는 해석도 있어왔다.

특히 2020년 3월에 있을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강성부 대표의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 경영 방향을 두고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높은 만큼 조 회장 일가가 힘을 합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왔다.

여기에 재계에서는 최근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면서 4대주주로 올라선 반도그룹이 KCGI의 우호세력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조 회장에게 지분을 몰아서 힘을 모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GS홈쇼핑이 23일 조 전 회장의 한진 지분을 250억 원에 조 회장 일가 4명으로부터 일괄매수하면서 여전히 균등하게 상속지분을 배분하기로 합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현재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은 2.3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2.31%,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2.30%로 거의 차이가 없다.

조양호 전 회장이 남긴 한진칼 지분은 17.84%로 법정상속분대로 나눠 상속하게 되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5.95%,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그리고 조 전무에게 각각 3.96%씩 돌아가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조 회장의 한진 그룹 내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조 회장이 경영과정에서 가족들과 의견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데 비슷하게 지분을 나눠 상속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조 회장의 입김이 줄어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아직 상속지분 합의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섣불리 단정하기보다는 앞으로 추가적으로 나올 행보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조 회장 일가가 내야 할 상속세 규모는 2800억 원으로 추산된다”며 “분할납부 개념인 연부연납으로 5년 동안 나눠 내더라도 당장 5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만큼 상속비율이나 경영권과 관련한 문제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