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국감 궂은 일 도맡은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후보 굳히나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종합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국정감사에 또 한 번 나와 하나금융그룹을 대표하는 역할을 맡았다.

함 부회장은 국정농단, 채용비리 등 각종 악재가 터질 때마다 궂은 일을 도맡아 오면서 차기 회장후보로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를 삼을 수도 있다. 

21일 함 부회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종합 국정감사의 증인석으로 걸어 들어가며 여유로운 미소를 띄었다. 

이번 ‘파생결합상품 사태’는 장경훈 하나카드 대표이사 사장에 이어 함 부회장까지 증인으로 채택됐을 만큼 중대한 사안이지만 크게 동요하지 않는 듯 보였다.

2017년 KEB하나은행이 '국정농단'에 휘말렸을 당시에도 증인으로 출석한 데다 그간 채용비리, 금융 당국과 갈등 등 여러 사건들을 거치면서 '단련'이 된 탓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감장에 들어서자마자 함 부회장의 웃음기는 사라졌다. 추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 등 여당과 야당 할 것 없이 함 부회장을 지목하며 여러 질문들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특히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하나은행의 리스크관리, 시스템 미비, 전산자료 삭제 등 이번 파생결합상품 사태와 관련한 지적 외에도 함 부회장과 관련한 채용비리, 국정농단 등 이미 한 차례 지나간 이슈들까지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와 관련해 함 부회장은 연신 “안타깝고 죄송할 따름”이라며 한껏 자세를 낮췄다.  

함 부회장은 하나금융그룹 내부에서 '포스트 김정태'로 유력하게 거명되는 자타공인 2인자다. 이번 파생결합상품 사태를 놓고도  하나금융그룹을 대표해 ‘뭇매’를 맞게 되면서 입지를 더욱 단단히 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

함 부회장이 올해 금융권 최대 이슈이자 하나금융그룹 최대 악재인 파생상품 사태 관련 ‘해결사’로 자의든 타의든 또 다시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함 부회장은 하나은행이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렸을 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순실씨와 친분이 있는 이상화 전 하나은행 본부장의 승진을 두고 “내가 지시한 것”이라며 총대를 멨고 채용비리 사건과 관련해 재판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함 부회장은 행장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유력하게 점쳐졌지만 스스로 연임 포기의사를 나타내며 금융당국과 하나금융그룹의 관계 개선에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나금융그룹이 위기에 내몰렸을 때마다 ‘희생'하는 면모를 보인 셈이다.  

함 부회장은 그룹 안팎으로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연임을 스스로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조직을 위한 길”이라고 적극 강조하며 긍정적 이미지도 쌓았다.

다만 함 부회장이 채용비리 사건에 휘말려있다는 점은 다음 회장에 오르는 데 변수로 꼽힌다. 올해 말로 예상되는 채용비리 재판결과에서 무혐의 판결을 받아야 회장후보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함 부회장은 이번 국감에서 사퇴할 생각이 있냐는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짧게 대답했다.

하나금융그룹의 다음 회장 인사는 2021년 3월로 예정돼있다. 김 회장은 2021년이면 만 70세가 돼 내부 규칙상 연임할 수 없다. 함 부회장은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등과 더불어 유력한 차기 회장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