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가 국민연금 등을 대상으로 경영개입의 인정범위를 줄여 기업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주활동을 무작정 허용하면 안된다는 의견을 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6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고 정부기관에 건의했다.
 
경총 “경영에 중대 영향 미치는 주주활동 허용하는 방안 철회해야”

▲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CJ그룹 회장).


경총은 9월6일 입법예고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과 관련해 “이번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경영개입으로 보이는 주주활동을 ‘경영권에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게 된다”며 “경영개입 인정범위 축소는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한 주주와 경영자 사이 정보 대칭성과 최소한의 경영권 방어기제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경영개입에서 제외되는 주주활동은 회사나 임원의 위법행위에 상법상 주주권(위법행위 유지청구권, 해임청구권, 신주발행 유지청구권) 행사, 배당 관련 주주제안, 국민연금의 기업 지배구조 관련 정관 변경, 시장과 기업에 단순 의견 전달 또는 대외적 의사표시 등이 해당한다.

경총은 “임원 해임, 정관 변경 등은 기업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그러한 주주 활동을 ‘경영권에 영향이 없는 행위’로 분류하는 것은 논리적, 개념적, 실체적 모순”이라며 “상위법인 자본시장법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경영개입으로 인정되는 주주활동의 범위가 축소되면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민간기업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주주활동의 경영개입 인정범위를 줄이는 것은 세계 투자시장의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봤다.

경총은 “국내 기업은 경영권 방어수단이 취약한 환경에 놓였다”며 “경영개입의 범위마저 축소하면 해외 투기자본이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경영권 공격을 더 강하게 하는 등 역효과마저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총은 주식을 많이 들고 있는 주주에게 보고의무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경총은 “국민연금 등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한 주주들에 오히려 주주로서 보고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며 “현행법은 5% 이상 지분을 들고 있는 주주에게 상세보고의무를 부여하지만 3%로 낮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투자자가 상장기업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때에는 1% 이상 지분 변동이 있을 때 5일 안으로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등에 보고해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