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조국은 더이상 버티지 못했다, 윤석열의 선택이 궁금하다

조국 법무부 장관(가운데)이 14일 사퇴 의사를 밝힌 뒤 퇴근을 앞두고 정부과천청사에서 법무부 직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취임 35일 만에 사퇴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가족을 향한 검찰수사가 계속되면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조국 장관의 거취와 관련해 그동안 국민 여론이 양극단으로 갈라진 것을 두고 사과하면서도 검찰개혁 의지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검찰은 앞으로 조 전 장관과 그의 가족에 관련된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가족 수사 부담

14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조 전 장관이 사퇴를 결정한 것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 상당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6개월 남짓 남은 2020년 4월 총선까지 이어지면 검찰개혁에 필요한 법제화는 물론 정국 운영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뒀을 수 있다.

조 전 장관이 9월 초에 임명된 뒤부터 지금까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해서 떨어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율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여론 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7~8일, 10~11일 설문조사하고 14일 발표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에서 긍정 응답률은 41.4%로 집계돼 문 대통령의 취임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민주당 지지율도 35.3%로 떨어져 7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자유한국당(34.4%)과 격차도 0.9%포인트로 좁혀졌다. 이 여론조사의 자세한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를 고려한 듯 조 전 장관은 사퇴 발표문에서 “더는 내 가족 일로 대통령과 정부에 부담을 주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국민은 나를 내려놓고 대통령에게 힘을 모아줄 것을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이 사퇴한 데는 가족들의 상황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자녀 2명은 모두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정 교수는 검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여러 차례 알렸고 한 차례 입원하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나보다 더욱 다치고 상처입은 가족에게 알아서 각자 견디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원래 건강이 몹시 나쁜 아내가 하루하루를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검찰개혁 어떻게 추진할까

문재인 대통령이 조 전 장관의 사퇴 의사를 언제쯤 알게 되었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조 전 장관의 최근 발언과 정치권에서 돌던 ‘11월 퇴진설’ 등을 고려하면 사퇴 여부가 간접적으로 조율돼 왔을 가능성도 있다.

조 전 장관은 사퇴 발표문에서 “나는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하고 불쏘시개의 역할은 여기까지다”고 말했다. 9월 말 대정부질문에서 “나는 검찰개혁과 법무혁신의 도구”라며 “내 쓰임이 있을 때까지 쓰이는 것”이라고 말했던 점과 이어진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도 조 전 장관의 사퇴 발표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퇴 의사는) 조 전 장관의 뜻”이라며 “조 전 장관은 촛불집회를 보면서 계속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이를 고려하면 문 대통령은 ‘조국 블랙홀’ 정국에서 빠져나오면서 검찰개혁을 더욱 빠르게 추진하는 데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도 법무부에 10월 안으로 검찰개혁에 필요한 규정 정비를 마치고 필요하면 국무회의 의결도 끝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유한국당 등에서 조 전 장관의 사퇴를 요구해 왔던 점을 들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안건 처리)에 오른 검찰개혁 관련 법안의 빠른 의결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론 분열에 책임을 지고 조 전 장관에 이어 물러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문 대통령이 검찰의 개혁 참여에 무게를 실으면서 윤 총장을 재차 신임했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문 대통령은 14일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조 전 장관과 윤 총장의 환상적 조합에 따른 검찰개혁을 바랐지만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면서도 “검찰이 개혁방안 결정 과정에 검찰이 참여하면서 개혁대상에 머물지 않고 주체가 된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9월30일 이례적으로 윤 총장을 직접 지목해 검찰개혁안 마련을 '지시'했다. 그 뒤 윤 총장은 검찰 특수부 축소 등의 검찰개혁안을 네 차례 내놓았다. 이 개혁안은 조 장관이 14일 발표해 15일 국무회의에 상정되는 검찰개혁안에 고스란히 들어갔다. 

◆ 검찰 수사 어디까지 갈까

윤 총장이 평소에 원칙주의를 강조해 왔던 점을 고려하면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사퇴 여부와 관계없이 수사를 계속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검찰은 14일 정 교수를 피의자 신분으로 다섯 번째 비공개 소환해 조사를 진행했다. 주중에 정 교수를 다시 불러 추가 조사를 하기로 했다. 

그동안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이르면 18일 안에 정 교수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 교수가 자택 하드디스크 인멸을 시도했다는 논란 등을 고려하면 현재로서는 검찰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검찰이 정 교수에 이어 조 전 장관을 수사대상에 올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와 관련해 공직자윤리법을 어겼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현직 법무부 장관은 검찰 인사권자다. 법무부 장관이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검사와 통화한 점을 놓고 외압 의혹이 제기되는 등 외부적 논란도 생겼었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이 물러나면서 검찰도 그와 그의 가족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데 어깨가 한결 가벼워졌다.

다만 검찰이 정 교수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조 전 장관을 기소하기에는 부담이 여전하다는 시선도 있다. 

법원이 정 교수의 구속영장을 기각한다면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조 전 장관을 기소한다면 ‘서초동 촛불집회’로 대표되는 조 전 장관 지지진영의 거센 반발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정 교수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결정된 뒤 조 장관도 소환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조 전 장관 부부가 양쪽 모두 기소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