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후보 4곳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가장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과 인수후보 가운데 하나인 애경그룹이 정면 충돌하고 스톤브릿지캐피탈은 경영진 프레젠테이션에 불참하는 등 본입찰에 앞서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잡음이 곳곳에서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로 판세 기우나

▲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실사 과정에서 금호산업과 애경그룹이 경영정보 공개여부를 놓고 정면으로 붙었는데 갈등이 쉽게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양쪽은 리스계약 관련 정보를 놓고 각각 “영업기밀이라 공개하기 어렵다”, “인수권자로서 당연히 요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충돌하고 있다.

애경그룹은 아시아나항공 경영진 프레젠테이션에 참여해 아시아나항공이 거느리고 있는 리스 항공기 계약서를 요구했다.

항공업계는 리스계약 관련 정보가 항공업계의 대표적 영업기밀이라는 점에서 아시아나항공 쪽에 손을 들어주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양쪽이 갈등을 벌이는 배경에는 단순 경영정보 공개여부를 떠나 자존심을 건 신경전도 있을 것으로 항공업계는 보고 있다.

애경그룹 및 아시아나항공과 무관한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리스계약은 각 항공사마다 모두 달라 쉽게 공개할 수 없는 사안인 건 맞다”며 “하필 제주항공을 운영하고 있는 애경그룹만 요구해서 아시아나항공 내부에서도 크게 반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산업이 애경그룹에게 아시아나항공을 넘기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다는 말도 나온다.

대한항공과 함께 양대산맥으로 꼽혀왔는데 출범 갓 10년을 넘긴 제주항공 쪽에 인수된다는 것 자체가 아시아나항공 처지에서는 굴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애경그룹의 인수전 참여를 놓고 아시아나항공 안팎에서는 부정적 평가가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제주항공과 에어서울, 에어부산의 중복 노선 등을 놓고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점 역시 아시아나항공이 애경그룹의 인수를 반기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애경그룹의 자금력을 향한 우려 역시 여전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상반기에만 영업손실 1169억 원을 냈다. 2분기 기준 부채규모는 9조6천억 원에 이른다. 항공업황 전망이 밝지 않아 당분간 실적을 만회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막대한 자금을 들여 인수한다고 해도 기업가치 개선과 투자금 회수를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 셈이다.

다른 인수후보인 스톤브릿지캐피탈은 경영진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일정을 재조정해 참석할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사실상 인수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스톤브릿지캐피탈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비입찰에 ‘깜짝’ 등판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스톤브릿지캐피탈을 이끌고 있는 김지훈 대표와 SK그룹이 그동안 맺었던 거래뿐만 아니라 김 대표와 SK그룹의 개인적 인연이 알려지면서 스톤브릿지캐피탈 뒤에 SK그룹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꾸준히 나왔다.

KCGI 역시 여전히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KCGI는 최근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32.6%(343만7348주)를 공익재단법인 통일과나눔으로부터 사들였다.

강성부 KCGI 대표의 이번 행보를 놓고 업계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대신 대림코퍼레이션으로 투자 행보를 이어가려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지만 이번 거래를 계기로 KCGI가 대림그룹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을 꾸릴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자연스럽게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가장 유리한 위치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항공업 경험이 없다는 점, 항공업과 시너지를 누릴 만한 사업이 딱히 없다는 점 등은 여전히 약점으로 꼽히지만 4곳 가운데는 확실히 앞서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매각주체인 금호산업이 매각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연내 매각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유찰보다는 이번에 매각을 확정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본입찰까지 시일이 남은 만큼 막판에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이 등판해 판세를 뒤집을 가능성 역시 여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