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이사가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의 임상결과 때문에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김 대표는 긍정적 결과를 도출한 임상데이터를 바탕으로 후속임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여전히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오늘Who] 천당과 지옥 오간 김선영, 헬릭스미스 임상 성공 장담 못해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이사.


10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헬릭스미스가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의 임상3-1A상을 약물혼용으로 실패한 뒤 2주 만에 독립적으로 진행한 3-1B상에서는 성공했다고 밝히자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임상3-1B상은 임상3-1A상과 별도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진행한 것이다.

헬릭스미스는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9개월 관찰과 별개로 12개월 장기추적도 하라는 권고를 받은 뒤 3-1상을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했다.

김 대표는 8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이번 임상3-1B상에선 과학자로서 감동적 데이터가 나왔다”며 “특히 다른 통증약을 쓰지 않은 환자들은 피험자 수가 적었음에도 엔젠시스 투약군과 위약군 사이의 통증 감소효과 차이가 명확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빠른 시일 내에 엔젠시스의 후속임상을 진행해 2년 뒤인 2021년 말 생물의약품 시판허가 신청(BLA)을 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엔젠시스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우선 엔젠시스의 임상3-1B상은 시판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이 아니었다. 따라서 결과가 아무리 우수하다고 해도 이 데이터로 미국 식품의약국의 벽을 넘을 수는 없다.

김 대표는 실패한 임상3-1A상의 결과 가운데 약물혼용을 제외한 나머지의 정상적 데이터로 미국 식품의약국에 시판허가를 신청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약물혼용이 발생한 임상시험으로 시판허가를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헬릭스미스가 성공했다고 밝힌 임상3-1B상의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투자자들도 있다. 이번 발표는 미국 식품의약국의 검수를 받은 자료 발표가 아닌 헬릭스미스의 ‘자체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헬릭스미스가 발표한 임상3-1B상 데이터를 믿는다고 해도 문제는 남아있다.

임상3-1B상에서 기존 통증완화 치료제인 ‘리리카’, ‘뉴론틴’ 등을 투여하던 환자 48명의 데이터는 엔젠시스의 통증 감소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즉 엔젠시스가 기존 치료제보다 효과가 우수하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은 것이다.

환자 수가 433명이었던 임상3-1A상과 달리 임상3-1B상은 101명의 환자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도 임상3-1B상의 의미가 퇴색되는 요인이다.

결국 엔젠시스의 후속임상 결과가 나올 때까지 헬릭스미스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완전히 해소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임상3-1B상 결과만으로는 엔젠시스가 미국 식품의약국의 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임상3-1B상의 긍정적 결과는 앞으로 진행될 후속임상의 기대감이 좀 더 커졌다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최대한 후속임상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 대표는 엔제시스의 임상3-2상은 환자 150~200명을 대상으로 3개로 나누어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임상을 진행해 그 가운데 가장 우수한 데이터로 판매승인을 받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이와 같은 전략을 펼치려면 수천억 원대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나한익 헬릭스미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재 2300억 원의 보유자금에 추가 대출 300억 원까지 고려하면 2600억 원 정도를 현금성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며 “이 정도면 임상을 진행하는 데 문제가 없어 추가 자금조달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