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고 항공불황을 넘을 수 있을까?

2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은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을 통해 대한항공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데 힘쓰고 있다.
 
[오늘Who] 조원태, 대한항공 영구채 성공해 재무개선 의지 인정받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영구채는 발행하는 회사의 결정에 따라 만기를 연장할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는 채권으로 자본을 확충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려는 기업이 주로 발행한다.

대한항공은 9월30일 최초이자율 연 4.6%에 1800억 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해 모두 판매했다. 만기일은 발행일로부터 30년이고 2년이 지나면 조기상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이다. 

조 회장은 항공업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2019년 2분기 말 부채비율은 884.4%나 된다. 

증권업계에서는 항공업황의 악화가 계속되면 대한항공이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본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가 부진할 것으로 보여 항공업황은 앞으로도 악화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여기에 원화 약세와 한일관계 경색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점은 대한항공에 부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의 이번 영구채 발행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조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

조 회장은 2월 ‘대한항공 중장기 비전 및 경영발전 방안(비전 2023)’을 발표하면서 2023년까지 매출 16조2천억 원, 영업이익 1조7천 억 원, 부채비율 395%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3월 창립 50주년을 맞아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및 주주 친화정책에 중점을 두고 실행에 옮기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2017년 대한항공 사장 취임사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경영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재무구조 개선과 원가경쟁력 확보를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며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해주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영구채 발행은 재무구조 관리를 통해 악화되는 항공시황에 대응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구체적으로는 2020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영구채 가운데 일부를 향한 선제적 성격의 차환발행”이라고 말했다. 

이번 영구채 발행은 올해 들어 두 번째다. 대한항공은 2019년 5월에도 최초이자율 5.1%에 2천억 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국내외 회사채시장에서 약 1조3천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달러(약 3억 달러), 엔화(약 300억 엔) 시장에서 외화 조달에도 성공했다. 재무관리 과정에서 차입통화를 다양화하는 전략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한항공이 이번에 발행한 영구채를 모두 판매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대한항공이 이번에 발행한 영구채가 모두 팔렸다는 점은 긍정적 요인”이라며 “영구채를 발행해 전부 팔게 되면 재무구조를 개선효과를 볼 수 있어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