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직원 평가체계를 큰 폭으로 손질할 것으로 보인다.

DLS(파생결합증권)·DLF(파생결합펀드) 사태의 가장 큰 원인으로 단기 성과 위주의 기존 평가체계가 꼽혔기 때문이다.
 
은행들, 파생상품 사태 재발 막기 위해 직원 평가체계 앞다퉈 손질

▲ 신한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직원 평가체계가 큰 폭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선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뿐만 아니라 ‘무풍지대’에 있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선제적으로 평가지표를 뜯어고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앞으로 시중은행 핵심평가지표(KPI)에서 고객수익률의 비중이 일제히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핵심평가지표는 매년 인사평가와 성과급 등에 반영되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

실제 이번에 문제가 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직원들의 핵심성과지표 가운데 비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은행보다 높았다. 

금융감독원의 중간검사결과에 따르면 영업점 핵심성과지표에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비이자수익 배점이 다른 시중은행보다 높게 설정된 반면 소비자 보호 배점은 낮게 부여됐다. 특히 PB(프라이빗뱅킹)센터는 비이자수익 배점(20% 이상)을 다른 은행보다 2~7배 높은 수준으로 부여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PB센터에서 비이자수익 배점이 20%였고 펀드 판매에 별도 배점도 부여했다. 반면 고객수익률 배점은 2%에 그쳤고 사모상품은 평가대상에서 제외했다.

소비자 보호는 감점항목으로 운영했다. 민원이 발생하면 전체 점수에서 깎는 방식으로 사실상 큰 의미가 없었다는 말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고객수익률은 PB센터에서만 5% 반영하고 일반영업점에서는 반영하지 않았다. 소비자 보호는 역시 감점항목으로 운영했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은행들의 핵심성과지표체계가 이번 사태에) 드라이브를 건 것”이라며 사태 확산의 주범으로 핵심성과지표를 지목했다.

은행들의 핵심성과지표가 문제로 지적된 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도 단기 성과 위주의 평가체계가 과도한 경쟁을 부르고 불완전판매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국내은행의 영업점 성과평가 방향성에 관한 연구-KPI 개선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영업점 평가항목은 수익성, 건전성, 여수신규모, 고객유치, 고객보호, 가감항목 등으로 구분된다.

일반은행에서 수익성(54.0%) 항목이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고객유치(19.0%), 여수신규모(13.9%) 순이었다. 상품을 얼마만큼 팔고 고객을 얼마만큼 유치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다.

반면 장기 성과 평가항목인 건전성(9.5%), 고객보호(1.8%) 등은 낮은 수준이었다.

보고서는 “실적 위주의 핵심성과지표 운영은 과당 경쟁 및 불완전판매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장기적으로 은행의 건전성 악화 및 대규모 소비자 피해 유발, 신뢰도 저하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들도 서둘러 평가체계 개선작업에 들어갔다.

하나은행은 핵심평가지표에서 차지하는 고객수익률 비중을 이전보다 두 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기존에는 5%였는데 내년부터는 10% 이상으로 늘린다. 또 전국 모든 영업점에 획일적으로 규정한 핵심평가지표를 각 영업점의 업무환경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우리은행도 영업실적 중심이던 기존 핵심성과지표를 고객서비스 만족도, 고객수익률 개선도 등 고객 중심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고객에게 도움이 됐는지가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이 된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도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두 은행 역시 1위 경쟁이나 실적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운 좋게 피했다’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고객수익률 비중을 확대한 핵심성과지표를 내년에 모든 영업점에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이번 사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부터 자산관리부문의 평가체계를 성과가 아닌 고객 중심으로 재편하는 작업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KB국민은행도 고객 중심의 상품 판매를 강화하기 위해 영업점 평가체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수익성보다는 고객 수익률과 자산관리 중심의 평가체계를 더욱 강화해 고객의 자산과 은행이 같이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