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동석 잇츠한불 대표이사가 장기간의 실적 부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사업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홍 대표는 ‘달팽이크림’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인수합병(M&A)을 통해 제품군을 다각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홍동석, 잇츠한불 '달팽이크림' 의존도 줄이려 인수합병 '만지작'

▲ 홍동석 잇츠한불 대표이사.


1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홍 대표가 효율성이 크게 하락한 잇츠한불 오프라인 채널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성과로 나타나려면 더 기다려야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홍 대표는 2018년부터 오프라인 매장을 축소를 진행해 지난해 말 182개이던 매장 수는 현재 72개까지 줄었다. 오프라인 채널을 축소하고 온라인과 홈쇼핑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에 힘입어 올해 2분기 온라인과 홈쇼핑 합산매출은 24억 원으로 2018년 2분기보다 34%나 늘었다.

하지만 잇츠한불의 2분기 연결기준 전체 매출이 563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아직 매출 기여도는 미미한 수준이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잇츠한불은 고정비 부담이 지속되는 로드샵, 유통점의 매장을 철수하고 홈쇼핑, 온라인, 헬스앤뷰티(H&B)에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다”며 “변화의 방향은 긍정적이나 중국에서의 브랜드 인지도 약화로 원가율 상승이 이어지고 있어 아쉽게도 비용 축소효과가 미약하다”고 분석했다.

잇츠한불은 주력 화장품브랜드 ‘잇츠스킨’의 달팽이크림이 중국인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급격하게 성장했다. 잇츠한불은 현재도 전체 매출에서 약 50%를 달팽이크림 제품들로 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에서 국내 화장품 수요가 감소하면서 실적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잇츠한불이 중국에서 달팽이크림의 위생허가를 받는 데 2년 이상 늦어진 사이 중국 현지기업들은 달팽이크림과 유사한 제품을 내놓으며 잇츠한불의 달팽이크림 고객을 흡수했다.

이 때문에 지속성장을 위해 달팽이크림의 의존도를 낮춰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홍 대표는 이미 지난해부터 제품군을 다각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홍 대표는 2018년 7월 색조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업체 ‘안느’를 약 100억 원에 인수했다. 기초화장품에 집중된 잇츠한불의 화장품 제품군을 색조화장품까지 넓히기 위한 행보였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안느의 매출규모는 잇츠한불 전체 매출의 3% 정도에 불과하다. 안느는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4억500만 원을 내는 등 오히려 잇츠한불이 인수하기 전보다 실적이 악화됐다.

화장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잇츠한불은 현재 색조제품 비중이 10%에 불과해 색조화장품에 강점이 있는 안느를 키우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다만 아직 인수 후 통합(PMI)을 거쳐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찾고 있는 과정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새로운 화장품기업 인수합병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기존에 보유한 브랜드만으로는 성장정체를 극복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잇츠한불은 3100억 원가량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인수합병을 추진할 여력이 충분하다. 잇츠한불은 2016년 네오팜을 성공적으로 인수한 경험도 있다. 네오팜은 보습제 화장품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루며 잇츠한불 실적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홍 대표는 자체 생산시설이 없고 유통채널이 건전한 스킨케어 브랜드를 위주로 꾸준히 인수합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송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잇츠한불의 추가적 성장은 새로운 자체 브랜드 출시와 인수합병을 통해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잇츠한불이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감안하면 인수합병이 가장 매력적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