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올해 ‘실적 반등’이라는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던데 따른 기저효과에다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라인업 확대에 환율효과까지 더해저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 기아차 SUV효과로 실적반등, 글로벌 판매량 감소는 부담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하지만 속사정은 복잡해 보인다. 완성차기업의 기본인 ‘판매량’만 보면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시장의 대안으로 여겨졌던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판매량이 뒷걸음질하면서 현대기아차가 근본적으로 실적을 개선하기 위한 해결책을 찾기 힘든 상황에 몰려 있다.

22일 증권가의 전망을 종합하면 현대차는 3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25조7747억 원, 영업이익 1조10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3분기보다 매출은 5.5%, 영업이익은 246.5% 늘어나는 것이며 1분기부터 세 분기 연속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실적이 증가하는 것이다.

기아차 역시 3분기에 매출 14조1868억 원, 영업이익 4491억 원을 거둬 지난해 3분기보다 실적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상반기에 이미 양호한 실적을 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변이 없다면 두 회사의 올해 실적 반등은 떼어 놓은 당상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현대차가 8년 만에 파업 없이 임단협을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생산차질 등 돌발상황이 빚어질 가능성도 낮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현대차그룹의 상황을 좋다고 보기는 힘들다.

현대차가 1~8월에 세계에 판매한 차량은 모두 284만7212대다. 2018년 1~8월보다 판매량이 4.3% 빠졌다.

기아차의 1~8월 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후퇴한 180만8100대에 머물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월별 판매량은 올해 계속 전년 같은 기간보다 하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국내에서는 잘 나가지만 해외에서 부진한 반면 기아차는 해외에서 버티지만 국내에서 매우 고전하고 있다.

판매량이 줄었음에도 실적이 개선된 것은 사실상 착시효과라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오는 이유다.

김평모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차의 2분기 실적을 놓고 “10%에 가까운 내수판매 증가에도 불구하고 환율효과를 제외하면 상반기 영업이익 개선은 11.5%에 그쳤다”며 “환경규제 대응과 첨단사양 적용 확대에 따른 원가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고 파악하기도 했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만한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점도 현대차그룹을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중국에서 유례없는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현대차가 상반기 중국에서 판매한 자동차는 도매판매량 기준으로 27만2천 대에 불과하다. 2018년보다 판매량이 28.4%나 급감했다.

기아차도 즈파오나 이파오와 같은 중국 전략신차의 판매 호조에도 불구하고 K2와 K5 등 노후차종의 판매 부진으로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전의 판매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결국 5월부터 중국 진출 첫 공장의 가동중단이라는 처방까지 내려야 했다.

현대기아차 모두 단기적 판매 증가보다는 중장기적 체질 개선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던 점을 감안할 때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었던 중국에서 당분간 판매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급성장하던 인도의 자동차시장이 위축된 점도 악재다.

인도자동차제조협회에 따르면 현대차의 4~8월 인도 판매량은 20만3729대다. 2018년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2만3천 대가량 빠졌다.

현대차뿐 아니라 다른 완성차기업의 판매 하락세가 더욱 컸던 탓에 현대차의 시장 점유율이 늘었지만 공장 가동 등 고정비 부담을 감안했을 때 전체 판매량 감소에 따른 타격을 피하기는 힘들다.

현대기아차는 중국과 인도에 이어 차세대 신흥국가로 분류됐던 러시아에서마저 판매량이 줄어드는 상황과 마주하고 있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판매량을 놓고 “연초 이후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며 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출하량의 증감보다는 재고와 인센티브의 감소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