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회장체제에서 LG그룹이 달라지고 있다.

‘1등사업’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 독하고 강하게 경쟁사와 전투도 불사하고 있다. 구본무 전 회장체제에서 ‘우리만 잘 하면 된다’는 기조와 확연히 다르다.
 
구광모체제에서 LG그룹이 '1등사업' 지키기 위해 독하고 강해졌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20일 LG전자가 삼성전자의 QLED TV광고를 공정거래위원회에 허위과장광고라고 신고한 것은 1등사업을 지키기 위한 LG그룹의 강성 움직임과 궤를 같이 한다.

LG전자는 삼성전자의 QLED 8K TV를 놓고 '가짜 8K'라고 비판하던 데서 나아가 규제기관을 통해 진위를 가리자고 덤벼들고 있다.

LG화학은 배터리를 놓고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를 침해했다며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5G통신 불법보조금 살포를 이유로 SK텔레콤과 KT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구본무 전 회장은 ‘우리가 잘하면 된다’며 조용한 경영 스타일을 보여줬는데 구광모 회장체제에서는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리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LG그룹이 시시비비를 가리자고 나서는 사업들이 모두 LG그룹이 1등사업‘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기차 배터리와 8K TV는 LG그룹이 미래 먹거리 차원에서 오랫동안 공들여 온 사업들이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사업 경우 IMF 위기 때도 놓지 않고 오랜 시간 투자한 끝에 글로벌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LG전자는 올레드(OLED)TV를 내세워 프리미엄 TV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QLED TV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확대하는 바람에 전세가 역전됐다.

물론 구본무 전 회장 때에도 구 회장이 1등사업을 강조하기도 했고 계열사 CEO들도 이를 따랐다.

권영수 LG 부회장은 LG유플러스 대표이사 시절 “3등이 1등과 똑같이 해서는 1등이 될 수 없고 3등은 다른 회사보다 타율을 높여야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며 ‘1등 DNA’를 내걸었다.

그러나 구 전 회장 시절에는 1등사업을 위해 내부 혁신을 더욱 강조했지만 경쟁사에게 공격적으로 공세를 펼치지는 않았다. 

사업에서는 1등 프리미엄을 무시하기 힘든데 조용히 내실만 다지는 전략으로는 그동안 구축해온 입지를 내줄 수 있어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구 회장체제 들어 더욱 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등사업을 내부적으로 세우는 것 이상으로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고 그래야 LG그룹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구 회장이 LG그룹을 승계한 뒤 성장동력을 굳건히 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그의 젊음이 1등사업을 향한 적극적 변화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시선도 있다.

LG그룹의 이런 공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이날 삼성전자의 QLED TV 광고를 허위·과장 광고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 "앞으로 기업에게 허용되는 마케팅 수준을 넘어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에 대해 법에 의거해 필요한 대응을 단호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LG전자와 LG화학 관계자는 "어디까지나 계열사 차원의 의사결정"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구 회장은 24일 LG그룹 계열사 사장단이 모두 참석하는 사장단 워크숍에 참여한다. 구 회장이 이 자리에서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재계의 시선이 몰리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