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건강보험 재정고갈을 막기 위해서는 단순히 계획에만 그치지 말고 실효성 있는 실행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료업계와 건강보험 노조 등은 건강보험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보장성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거나 건강보험 정부지원규모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요구한다.
 
김용익, 건강보험 재정고갈 우려에 실효성있는 대책 요구에 직면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2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김용익 이사장은 2023년 이후에도 10조 원 이상의 누적 적립금(준비금)을 유지하기로 목표를 세우고 재무 안정화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2일 기획재정부에 ‘2019~2023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수립해 제출하고 10월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기 위해 현재 막판 마무리작업을 하고 있다.

2020년 건강보험료 인상률은 3.2%로 2019년 인상률 3.49%보다 낮아 보험료수입 이외의 재정 확보 필요성은 더 커졌다.

건강보험공단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는 재정 지출을 효율화할 방안,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사업방향, 정책사업의 추진내용 등이 포함된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은 기본적으로 2019~2023년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과 맥락을 같이 한다”며 “다만 그 뒤로 보험료율, 의료수가, 건강보험 정부 지원금액 등 사항들이 결정돼 건강보험공단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이러한 변동요인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료업계에서는 '문재인 건강보험정책'에 따른 보장성 강화로 건강보험은 당장 2019년 4조 원의 적자를 마주하게 돼 보장성 강화속도를 늦추는 등 강력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19일 “문재인 건강보험정책에 따른 전면적 보장성 강화를 멈추고 필수의료에 우선순위를 결정해 건강보험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보장성을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대한의사협회는 건전한 급여화정책이 나올 때 지지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조합에서도 정부의 건강보험 지원규모가 부족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020년 건강보험에 정부 지원금을 역대 최대 규모로 확대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정부 최대 지원가능규모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노조는 “정부가 건강보험 지원책임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현재 60% 초반에 이르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2022년까지 70%로 높이겠다는 약속은 국민 기만일 뿐”이라며 “2020년 정부 지원규모도 여전히 참담하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 정부 지원규모는 2019년 7조8732억 원에서 2020년 8조9627억 원으로 13.8%(1조895억 원) 늘어난다.

건강보험법 규정을 살펴보면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최대규모는 예상보험료 수입액의 20%로 잡혀있다. 2020년 건강보험 정부 지원규모는 예상보험료 수입액 8조9496억 원의 14%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됐다.

2019년 정부 지원비율인 13.6%보다 0.4%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건강보험 정부 지원비율은 2008~2016년까지 15%대를 유지하다가 2017년부터 13.5%로 줄어들었다. 그뒤로 2018년 13.2%, 2019년 13.6% 등 13%대를 이어갔다.

김 이사장은 건강보험 준비금 고갈을 막기 위해 보험료 수익 증대, 자금 운용 수익성 향상 등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2020년부터는 금융소득에도 별도로 건강보험료를 부과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국세청에서 분리과세 자료를 따로 받을 수 있도록 방안을 찾기로 했다.

김 이사장은 건강보험 자금 운용에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방법도 찾기로 했다.

그는 7월 자금운영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하면서 “현재의 투자전략과 자금 운용 방향만으로는 더 좋은 실적을 기대할 수 없다”며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공공성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수익성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은 안정성과 유동성이 높은 정기예금과 채권상품에 주로 투자해 실질가치 유지에 중점을 뒀지만 앞으로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투자 다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2018년 국회 예산정책처의 건강보험 재정추계에 따르면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은 2026년 고갈될 것으로 분석됐다.

기획재정부도 2017년 3월에 내놓은 '2016~2025년 8대 사회보험 중장기 재정추계'에서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은 2023년 소진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