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조의 파업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안을 놓고 회사는 수익성이 나기 전까지 임금 인상을 하지 않는다는 지난해 노사합의 내용을 들어 절대수용불가라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GM 수입차 판매 확대, 노조 고용불안에 강경대응 고수

▲ 임한택 전국금속노조 한국GM지부 지부장.


게다가 카허 카젬 사장은 수입차 판매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국내 생산 규모가 줄어들고 고용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커진 만큼 노조는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전면파업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써야하는 상황이 됐다.

16일 한국GM 노조에 따르면 사무직을 비롯해 부평2공장 노동자들의 대체휴무가 끝나는 18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파업 연장 여부를 논의한다. 

노조는 애초 회사가 임금협상 교섭안을 제시하면 파업 중단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회사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파업을 연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추후 교섭일정 역시 잡히지 않았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회사가 강경한 태도를 이어가자 9일부터 사흘 동안 전면파업을 벌였으며 추석연휴에는 잔업과 특근을 거부했다. 노조는 기본급 5.65% 인상, 격려금과 성과금 등이 포함된 상여금 1650만 원 지급을 포함해 미래발전방안 제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가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최근 바뀐 한국GM의 판매 전략이 고용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카허 카젬 한국GM 대표이사 사장은 수입해 판매하는 차량의 비중을 높인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사실상 국내 공장의 생산물량 축소하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도 있는 만큼 고용불안을 놓고 노조의 걱정도 커질 수밖에 없다. 

노조는 지난해 5월 군산공장이 문을 닫은 데다 트랙스, 말리부 등 주력 제품의 판매 감소로 생산물량이 줄면서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었는데 카젬 사장이 수입차 판매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밝히자 강경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올해 임금 인상에 더해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미래발전방안을 회사 쪽에 요구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한국GM은 최근 픽업트럭 콜로라도와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트래버스를 앞세워 내수판매 개선에 고삐를 죄고 있다. 한국GM은 두 차량을 수입해 판매하는데 노조는 국내 생산물량이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두 차량의 수입판매에 반대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노조는 앞서 2018년 6월 GM으로부터 중형 SUV ‘이쿼녹스’를 수입해 판매할 때에도 같은 이유로 국내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먼저 검토해줄 것을 회사에 강력하게 요구한 바 있다.

카젬 사장은 3일 트래버스 출시행사에서 “앞으로 한국에 판매하는 쉐보레 브랜드의 60%는 수입해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GM이 콜로라도와 트래버스 마케팅에 힘을 싣기 위해 한국수입차협회에 가입한 점도 노조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으며 약속한 신차 2종 외에 국내 생산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때문에 노조는 고용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회사 쪽에 미래발전방안을 제시해 줄 것으로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1~2년만 바라보고 다니는 회사가 아닌 만큼 고용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미래발전방안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임금 관련 교섭안 외에 ‘장기 발전전망 관련 특별요구’안을 마련해 회사쪽에 △부평2공장의 지속가능한 발전전망계획 △부평 엔진공장 중장기 사업계획 △창원공장 엔진생산 등 미래발전계획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