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러시아와 천연가스 개발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면서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망을 넓히는 데 힘을 싣고 있다.   

11일 가스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채 사장은 러시아 에너지기업과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액화천연가스 분야의 전방위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데 공들이고 있다.
 
채희봉, 러시아와 교류 넓혀 가스공사의 LNG 수입망 확대 추진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왼쪽)이 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알렉세이 밀러 가즈프롬 회장과 만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러시아 에너지기업들은 글로벌 액화천연가스시장의 성장에 주목해 북극권 등의 액화천연가스 개발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채 사장은 러시아 에너지기업과 협력을 바탕으로 액화천연가스 수입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글로벌 천연가스 네트워크도 확충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채 사장은 최근 러시아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세계 1위 천연가스 보유국인 러시아와 협력은 수요 공급과 지리적 인접성 차원에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채 사장은 이 행사에서 레오니드 미켈슨 노바텍 회장을 만나 액화천연가스 스왑(맞교환)과 벙커링(해상급유) 등부터 교류를 점진적으로 늘릴 계획을 협의했다.  

이를 바탕으로 노바텍이 추진하는 대규모 가스개발 프로젝트인 ‘북극권 액화천연가스-3’에 한국가스공사가 참여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채 사장은 알렉세이 밀러 가즈프롬 회장과도 만나 2019년에 끝나는 두 회사의 전략적 협력 협정을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액화천연가스 해상급유 등에서 실질적 협력도 확대하기로 했다.

채 사장이 액화천연가스 분야에서 러시아 에너지기업과 성공적으로 협력한다면 특정 국가들에 쏠린 액화천연가스 수입의존도 문제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 

한국가스공사가 2018년에 수입한 액화천연가스 3600만 톤의 수입국가를 비중별로 살펴보면 카타르(37.7%), 호주(14%), 오만(11.1%) 등 3곳이 62.8%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카타르·오만과 체결한 액화천연가스 수입 장기계약이 2024년에 끝나는 만큼 새 수입선을 확보해야 한다. 수소경제 정책 등의 영향으로 액화천연가스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채 사장은 7월 취임 당시 “천연가스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가격 경쟁력 확보와 안정적 도입을 위한 한국가스공사의 책임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시장에서 단순하게 도입하는 대신 가스전 개발과 액화천연가스 사업 등 투자를 함께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중동보다 가까워 운송에 걸리는 시간과 가격 측면에서 한국가스공사에 유리한 부분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북방정책’ 중심 국가이자 남한-북한 경제협력과도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한국가스공사와 가즈프롬은 남한-북한-러시아로 이어지는 파이프라인가스(PNG)사업에서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향후 정치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공동연구도 추진하기로 했다.

파이프라인가스를 통해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국내로 수입하면 수입선 다변화는 물론 지금보다 싼 가격에 천연가스를 도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채 사장은 관료 시절 한국가스공사와 러시아의 액화천연가스 거래를 처음 텄던 경험도 앞으로의 협력관계 확대에 십분 살릴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09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가스산업과장 시절 한국가스공사가 러시아에서 생산된 액화천연가스를 처음으로 수입하는 데 기여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