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성장 정체를 타개하기 위해 ‘인수합병(M&A)’ 카드를 꺼내들까?

서 회장은 그동안 화장품 브랜드 인수합병보다는 연구개발에 중점을 뒀는데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혁신을 위해서는 인수합병에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오늘Who]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정체 뚫기 위해 인수합병 꺼낼까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1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최근의 실적 부진을 극복하려면 중저가 라인업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신규 브랜드를 개발하는 것보다는 인수합병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최근 중국에서 경쟁 심화와 더불어 국내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분기 영업이익이 2018년 2분기보다 35.2%나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니스프리와 에뛰드하우스 등 중저가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중저가 화장품시장이 온라인 위주로 변화하면서 이니스프리와 에뛰드하우스 모두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재 온라인을 통해 수많은 벤처 화장품 브랜드들이 탄생하고 있고 헬스앤뷰티(H&B)매장과 홈쇼핑에서도 신규 브랜드들이 지속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중저가 화장품시장에서 기존 원브랜드숍의 입지가 점차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중저가 화장품사업에서 변화가 필요해지고 있다.

서경배 회장은 브랜드 인수합병에 인색한 것으로 유명하다. 경쟁사인 LG생활건강이 중저가 라인업을 강화하기 위해 2014년 CNP코스메틱스를 742억 원에 인수한 반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11년 해외브랜드 ‘아닉구딸’을 인수한 것이 전부다.

최근 로레알과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화장품기업들은 중저가 라인업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합병을 공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로레알은 국내 온라인쇼핑몰 2018년 ‘스타일난다’를 6천억 원에 매입했고 에스티로더는 2015년 국내 화장품 브랜드 ‘닥터자르트’에 지분투자를 했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이 인수합병에 적극적인 것은 벤처기업의 아이디어를 대기업이 따라잡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중저가 화장품시장은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고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톡톡 튀는 벤처기업의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박종대 연구원은 “중저가 화장품에서는 자체적으로 브랜드를 키우는 것보다 인수합병이 효율적”이라며 “대기업들은 막강한 유통망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유망한 벤처 브랜드를 500억 원에 사서 5천억 원으로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K-뷰티의 가장 큰 경쟁력은 혁신성인데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08년 ‘에어쿠션’을 출시한 뒤 이렇다 할 신규 상품이나 브랜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에어쿠션은 화장시간을 절반가량 줄이며 지금은 일상적 제품이 된 대표적 K-뷰티 혁신제품이다.

화장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인수합병에 소극적이다 보니 운용 브랜드가 제한적이고 운신의 폭도 좁아졌다"며 “최근 중저가 화장품시장은 모두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는데 이니스프리와 에뛰드하우스는 모두 가맹점이 있어 몸집이 무거운 편”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현재 인수합병을 위한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6월 기준으로 현금과 현금성자산이 1조1500억 원에 이른다. 부채비율은 26.66%로 국내 화장품업계에서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국내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가운데는 색조화장품으로 유명한 ‘투쿨포스쿨’이 현재 매물로 나와 있다. 투쿨포스쿨은 ‘국민쉐딩’으로 불리는 ‘아트클래스 바이로댕 쉐딩’으로 유명한데 온라인과 헬스앤뷰티매장에서 주로 매출을 내고 있으며 중국에서도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투쿨포스쿨은 노무라증권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 매각가격으로 약 3천억 원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는 글로벌 스킨케어 브랜드 ‘피지오겔’이 매물로 나와 있다. 피지오겔의 주요 매출처는 한국이기 때문에 아모레퍼시픽그룹을 비롯한 국내 주요 화장품기업들이 인수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아직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인수합병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