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래 수납원에게 도로공사 원칙 고수, 대법원 판결에도 대립 제자리

▲ 민주노총 조합원인 도로요금 수납원들이 10일 경상북도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건물 안으로 진입하려고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대법원 판결을 최소한으로 수용하면서 도로요금 수납원들과 직접고용을 놓고 대립을 팽팽히 이어가고 있다.

10일 공기업계에 따르면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도로요금 수납원들을 자회사 한국도로공사서비스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 사장은 8월29일 대법원 판결에서 도로공사의 직원으로 인정된 499명만 도로공사에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하기로 했다. 이마저도 개인의 의사에 따라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에 동의하면 이에 따른다.

이 사장은 정규직으로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나머지 1천여 명의 도로요금 수납원들과 관련해 별도의 대법원 판결이 없는 한 도로공사에 직접고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 사장이 9일 이런 도로요금 수납원 고용방침을 밝히자 민주노총 조합원인 도로요금 수납원들을 중심으로 항의가 거세졌다.

민주노종 도로요금 수납원들은 9일 오후부터 경상북도 김천시 도로공사 본사에서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그들은 “이강래 사장이 발표한 방안은 불법파견을 둘러싸고 조합원 개개인과 끝없는 소송전을 이어가겠다는 뜻과 자회사에서 수납업무를 독점해야 하는 근거로 점철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 사장이 1, 2심을 진행하는 도로요금 수납원들은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에 조치하겠다고 방침을 세웠지만 반발하는 도로요금 수납원들은 이미 1, 2심에서 승소한 도로요금 수납원들이 많은데 대법원판결을 따로 받을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도로요금 수납원들은 도로공사에 직접고용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같은 상황에 놓인 다른 도로요금 수납원들에게도 전면적으로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지승 민주노총 부대변인은 “이강래 사장은 공공기업의 수장으로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오히려 민간기업이 사용하는 편법으로 도로요금 수납원들을 내몰고 있다”며 “도로공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도로요금 수납원 1500여 명을 일괄고용해야 하고 업무도 종전 업무를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직접고용 때 기존 도로요금 수납원들을 어떤 업무에 배치할지를 놓고도 도로요금 수납원들과 각을 세우고 있다.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자회사에 고용을 거부한 도로요금 수납원들은 7월1일부로 해직됐는데 손지승 민주노총 부대변인에 따르면 이들이 다시 복직할 때에는 원래 업무로 복귀해야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장은 "업무 배치는 경영권 행사 범위 안에서 재량으로 인정된다"며 "도로요금 수납원을 직접고용한 뒤 현장 조무 직무를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도로요금 수납원들을 직접고용할 때 풀 뽑기 등 조경 관리와 도로 정비업무를 부여할 수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도로요금 수납원들이 자회사에 고용되면 도로요금 수납업무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임금 30% 인상, 정년 60세에서 61세로 연장, 개인당 인센티브 100만 원, 임금피크제 적용 제외, 현 주거지에서 출퇴근 보장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주노총 도로요금 수납원들은 자회사를 통한 고용은 기존 용역계약의 형태와 다를 바 없어 고용지위가 불안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자회사는 기존 용역과 다름없는 외주하청에 불과하다”며 “도로공사가 내려주는 한정된 인건비 구조로는 도로요금 수납원의 처우를 절대로 개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