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LNG(액화천연가스)추진선의 대형화 추세에 맞춰 수주를 늘릴 기회를 잡았다.

두 조선사는 글로벌 조선사 가운데 대형 LNG추진선의 건조기술과 수주실적에서 크게 앞서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LNG추진선으로 건조되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나 초대형 컨테이너선뿐만 아니라 초대형 일반화물선(벌커) 등으로도 수주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LNG추진선 대형화로 수주기회 넓게 열려

▲ 가삼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의 선박연료유 황함량규제를 앞두고 선박 발주처들의 LNG추진선 발주가 대형 선박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앞서 6일 LNG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 14척의 건조의향서를 받았고 삼성중공업은 8월 LNG추진 원유운반선 10척의 수주를 확정했다. 이 선박들의 발주처는 글로벌 메이저급의 에너지회사 쉘(Shell)로 밝혀졌다.

쉘이 LNG추진 원유운반선을 발주했다는 것은 이 분야의 기술력에서 앞서 있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큰 의미를 지닌다.

LNG추진선은 LNG운반선을 제외하면 그동안 MR탱커(순수화물적재량 5만 DWT 안팎의 액체화물운반선)나 중소형 일반화물선 등 중형급 이하 선박에서 주로 발주가 이뤄졌는데 쉘과 같은 글로벌 에너지회사의 발주로 대형 LNG추진선 건조의 물꼬를 튼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쉘은 가장 먼저 대형 선박의 연료 고민을 끝내고 발주를 시작했다”며 “선도자(프론티어)가 변화의 문을 열어 제치면 후속 투자들도 따라온다”고 바라봤다.

이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게 대형 LNG추진선이라는 새 시장이 열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우조선해양도 대형 LNG추진선을 건조할 기술은 갖췄다. 그러나 LNG운반선이 아닌 순수 LNG추진선을 수주한 실적이 없어 선주들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쉘이 현대중공업에 발주 의향을 타진한 LNG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선종으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설계만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현대중공업이 수주를 확정하게 된다면 경쟁사보다 한 발 먼저 새 시장에 발을 내딛는 셈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세계 최초의 LNG운반선 인도실적을 현대삼호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만큼 LNG추진선 관련 기술에는 자신이 있다”며 “수주가 확정된다면 새 시장의 공략을 본격화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에도 추격 기회는 있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프랑스의 석유화학회사 토탈도 쉘과 마찬가지로 LNG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발주하기 위해 선박회사들과 접촉하고 있는데  삼성중공업도 설계의 선급 인증을 발판으로 수주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런 LNG추진선의 대형화 추세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일반화물선의 수주기회까지 열어주고 있다.

호주 광산회사 BHP는 초대형 광석운반선(VLOC) 14척의 발주계획을 확정하고 선박회사들과 용선계약을 협의하고 있다.

광석운반선은 선박 건조에 별다른 기술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일반화물선으로 중국 조선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수주시장 주도권을 잡고 있다.

그런데 BHP가 선박을 모두 LNG추진선으로 발주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자 중국 조선사들의 이름이 수주후보로 거론되지 않고 있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3사를 수주후보 물망에 올렸다.

독일 선박회사 하팍로이드도 LNG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의 발주를 위한 입찰을 진행하며 LNG추진선의 대형화 추세에 합류했다. 

LNG추진선은 별다른 기술 적용 없이 그 자체로 고부가 선박이라 조선사들의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된다. 반대로 발주처는 LNG추진선 발주로 추가비용 부담을 안는다.

증권가에서는 일반 연료유 추진선의 수익성을 손익분기점이라고 가정했을 때 LNG추진선의 수익률을 10%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LNG추진엔진을 탑재하는 프리미엄이 선박 건조가격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발주처들이 LNG추진선을 고려하는 것은 결국 국제해사기구의 선박연료유 황함량규제와 관련해 LNG 연료가 궁극적 해답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제해사기구가 2020년부터 선박연료유의 황함량 기준을 3.5%에서 0.5%로 낮추는 규제를 시행하기 때문에 발주처들은 저유황유, 스크러버(황산화물 세정장치) 설치, LNG추진선의 3가지 대응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벙커씨유와 같은 고유황유 추진선에 곧바로 저유황유를 연료유로 투입하면 엔진이 손상될 위험이 있다.

선주들은 선박 연령이 낮은 선박의 경우 저유황유에 적합한 형태로 엔진 개조를 고려할 수 있지만 폐선 시기를 앞둔 선박은 차라리 교체시기를 앞당기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 저유황유보다 저렴한 LNG가 연료비 측면에서 유리하다.

스크러버는 황산화물을 씻어낸 오염수를 결국 바다에 배출해야 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는 아직 스크러버의 규제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게다가 자체적으로 스크러버를 규제하는 나라들도 생겨나고 있다.

2020년부터 남반구 원유 무역의 거점인 싱가포르와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 항구는 스크러버를 설치한 선박의 입항을 막는다. 미국, 중국, 인도, 독일, 노르웨이, 벨기에, 아일랜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9개 나라는 이미 스크러버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앞으로 스크러버 설치 선박의 입항을 금지하는 나라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선박회사들도 스크러버를 설치하기보다는 LNG추진선으로 선박을 개조하는 방식을 선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