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분리매각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를 별도로 매각하면 인수비용이 줄고 항공사 3곳을 운영해야 한다는 부담도 적어져 본입찰에서 대기업집단이 참여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분리매각' 고개 들어, 대기업 본입찰 직행 가능성도

▲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 <연합뉴스>


9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본입찰에 대기업집단과 대형 사모펀드(PEF)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분리매각을 검토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인수후보로 유력하게 거명된 대기업집단들이 예비입찰에 모두 불참하면서 아시아나항공 매각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자회사로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을 두고 있다. 세 회사는 거점공항과 노선을 차별화해 운영하는 방식으로 시너지를 내며 성장해왔다.

대기업집단들은 인수비용이 2조 원에 이른다는 점, 항공사 3곳을 운영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점 등에 부담을 느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향한 관심을 거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상반기에만 영업손실 1169억 원을 낸 데다 2분기 기준 부채규모는 9조6천억 원에 이른다.

항공업황 전망이 밝지 않아 당분간 실적을 만회하기 어려울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2조 원에 이르는 자금을 들여 인수한다고 해도 기업가치 개선과 투자금 회수를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는 셈이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한 언론을 통해 “지금으로선 대기업이 추가로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분리매각을 추진하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이 지금보다 많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비용이 대폭 줄어들고 항공사 3곳을 모두 경영해야 하는 부담이 훨씬 적어지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후보로 유력하게 거명됐던 SK그룹, GS그룹, 한화그룹 등도 자금력은 충분하지만 항공사를 운영한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항공사 3곳을 한꺼번에 사들여 운영하는 데는 다소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

자금력이 부족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기 어려웠던 기업들도 에어서울 또는 에어부산 인수를 목적으로 본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될 수도 있다.  

다만 본입찰에서는 예비입찰에 참여한 재무적투자자(FI)와 전략적투자자(SI)가 손잡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에는 애경그룹,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KCGI(강성부 펀드) 컨소시엄, 스톤브릿지캐피탈 등 5곳이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스톤브릿지캐피탈은 앞서 애경그룹과 SK그룹 계열회사에 투자한 경험이 있어 애경그룹 또는 SK그룹과 컨소시엄을 꾸려 본입찰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알려지지 않은 나머지 1곳도 재무적투자자로 알려진 만큼 한화그룹, GS그룹, SK그룹 등과 함께 본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집단이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예비입찰에 나선 재무적투자자와 손을 잡으면 본입찰로 직행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과 대주주 금호산업은 9월 말까지 아시아나항공 쇼트리스트(적격 인수후보)를 추린 뒤 11월 말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전해진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