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디자인 정체성을 더욱 강화한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일본 닛산의 고급 브랜드 인피니트 등에서 활동한 카림 하비브 디자이너가 그 중책을 맡게 됐다.

카림 하비브 기아디자인센터장은 앞으로 ‘호랑이 마스크’로 대변되는 기아차의 차세대 디자인 철학 ‘동적인 순수성’을 브랜드 정체성으로 확립하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카림 하비브, 기아차 새 디자인 '호랑이 마스크'로 제2 도약 이끈다

▲ 카림 하비브 기아디자인센터장.


6일 기아차에 따르면 10월부터 기아디자인센터장으로 합류하는 카림 하비브 전무는 완성차기업이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로 브렌드 정체성을 꼽는다.

기아디자인센터장을 맡기로 한 뒤 첫 공식 발언에서도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한 만큼 그는 앞으로 기아차의 브랜드 정체성 확립을 중점과제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림 하비브 센터장은 “고객이 자동차를 이용하는 모든 순간 자동차 브랜드 정체성이 진정성 있게 느껴져야 한다”며 “이 브랜드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요소가 바로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4년 BMW의 총괄 디자이너를 맡을 당시 인터뷰에서도 “우리(BMW)의 공식적 연구결과 고객들이 디자인을 맘에 들어하지 않는다면 차량을 구매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가격과 성능도 중요하지만 디자인이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완성차기업의 브랜드 정체성을 다지는 작업을 주도한 이력도 지니고 있다.

카림 하비브 센터장은 2007년 BMW 수석 선행 디자이너를 맡을 당시 두 개의 콩팥 모양에서 따온 ‘스플릿 키드니’ 그릴과 ‘아이브로우’ 전조등으로 대표되는 BMW의 패미리룩이 포함된 ‘CS콘셉트’를 디자인했다.

스플릿 키드니 그릴은 BMW 차량의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핵심요소로 현재까지도 BMW 대다수의 차량에 적용되고 있다.

기아차는 차세대 디자인 철학으로 ‘동적인 순수성’이라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디자인 방향성은 기아차가 6월 말 국내 증권사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한 디자인 및 전동화 전략 세미나에서 처음 제시된 것으로 2007년 이후 10년 넘게 이어져온 기아자동차의 디자인 철학 ‘직선의 단순화’에서 한 단계 진화한 디자인 언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기아차는 ‘호랑이 마스크’를 차량 전면부에 씌우는 것이 새 디자인 철학의 구체적 모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양산차에 이러한 디자인을 접목함으로써 고객과 자동차업계로부터 인정받는 기아차의 새 정체성으로 세우는 것이 카림 하비브 센터장의 궁극적 지향점이 될 수밖에 없다.

기아차의 새 디자인 철학이 그동안 기아차가 추구해온 디자인 경영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하나의 전환점이라는 측면에서 성과를 내야 할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카림 하비브, 기아차 새 디자인 '호랑이 마스크'로 제2 도약 이끈다

▲ 기아자동차가 5일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한 전기차 콘셉트카 '이매진 바이 기아'.


현재 현대차그룹 디자인경영을 담당하는 피터 슈라이어 사장은 과거 기아디자인센터장으로 일하며 ‘호랑이 코’ 모양을 본뜬 라디에이터 그릴을 기아차의 상징적 요소로 만들었다.

K3와 K5, K7, K9뿐 아니라 기아차 거의 모든 모델에 차용된 호랑이 코 그릴은 해외 여러 자동차 전문매체의 호평을 받았고 유명 디자인상 수상이라는 성과도 냈다.

‘디자인의 기아’라는 명성을 얻게 된 것이 사실상 피터 슈라이어 사장의 대표적 성과라는데 자동차업계의 이견이 없을 정도다.

10년 이상 기아차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호랑이 코 그릴을 호랑이 마스크로 발전하는 것은 카림 하리브 센터장 개인에게나 기아차에게 모두 중요한 분기점을 세우는 시도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미 기아차는 모하비 더 마스터를 시작으로 동적인 순수성이라는 개념의 구체화에 나서고 있다.

기아차는 모하비 더 마스터에 사용된 호랑이 코 그릴을 헤드램프까지 확장한 ‘타이거 페이스’ 디자인을 전면적으로 적용했다.

내년에 주력 레저용차량(RV)인 카니발과 쏘렌토, 스포티지 등의 완전변경(풀체인지)모델 출시 등이 예정됐다는 점에서 모하비 더 마스터를 향한 고객 반응이 기아차의 새 디자인 시도에 적극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선보인 전기차 콘셉트카 ‘이매진 바이 기아’에서도 헤드램프와 그릴 부분을 하나로 잇는 모양의 호랑이 마스크를 선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