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무 창원시장이 탈원전을 추진하는 정부와 경영 악화를 호소하는 원전 관련 창원 기업 사이에서 머리를 싸매고 있다.

자치단체장으로서 정부정책을 따라 신재생에너지산업을 육성하지만 탈원전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아 진퇴양난이다.
 
허성무, 탈원전정책과 일감 잃는 창원 원전기업 사이에서 머리 싸매

▲ 허성무 창원시장.


6일 창원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현재 시에는 두산중공업 등 원전 관련 기업이 280여 개 활동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현재 탈원전정책의 여파를 맞는 것으로 파악된다.

창원의 원전 관련 기업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두산중공업은 최근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1월부터 연말까지 전체 직원 8천여 명 가운데 과장·차장·부장급 직원 2400여 명이 순환휴직에 들어간 것이다.

원전 관련 기업들이 주로 들어있는 창원국가산업단지의 활기도 줄고 있다. 

공공데이터포털 자료에 따르면 2019년 6월 기준 창원국가산업단지 가동률은 76.3%로 2018년 6월보다 9% 낮아졌다.

특히 원전 기업이 포함되는 기계업종 가동률은 2018년 6월 87%에서 2019년 6월 70.3%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같은 기간 창원국가산업단지 고용 노동자는 3천 명가량 줄었다.

허성무 시장은 이런 지역경제의 위기를 실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허 시장은 3일 열린 ‘정부 에너지정책 변화와 지역경제’ 세미나에 참석해 “현재 창원 경제는 주력 제조업의 장기 침체, 일본의 수출규제 등으로 먹구름이 껴 있다”며 “정부의 탈원전정책 역시 창원 경제 침체의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2018년 12월 창원시청 간부회의에서 “원전을 건설하는 기술도 중요하고 그 시장도 크지만 원전을 해체하는 시장이 앞으로 더 클 것이 아니냐”고 말했는데 이때와 태도 변화가 눈에 띈다.

하지만 자치단체장이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허 시장이 정부 정책방향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다.

허 시장은 현재 탈원전에 발맞춰 수소산업 등 신재생에너지산업을 원전산업의 대안으로 제시하며 추진하고 있다.

창원시는 경남도와 함께 2024년까지 국비 등 400억 원을 투입해 15MW급 풍력발전시스템 시험장(테스트베드) 인프라를 구축한다. 

2022년까지 4조2천억 원을 투입해 600MW급 수소연료전지 발전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수소버스 100대, 수소전기차 4900대, 수소충전소 10개를 보급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이런 신산업이 지역에 정착하기까지 기존 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최근 원전해체산업에 무게를 실으면서 기존에 추진되던 신한울 3, 4호기 건설을 중단했다.

창원상공회의소는 현재 공사가 진행되는 신고리5, 6호기에 납품이 끝나면 지역기업들이 더 이상 일감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창원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앞으로 해외에서 원전 일감을 수주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건설이 이뤄질 2~3년 뒤까지 기업들이 일거리없이 버틸 수 있겠느냐”며 “특히 대기업 협력업체들이 고사 위기에 놓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창원 지역업계에서는 중단된 신한울3, 4호기 건설을 다시 시작해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창원 전체를 ‘에너지 전환정책 특별 지원지역(가칭)’으로 지정해 정부 지원을 들고오는 방안도 제시된다.

창원시 관계자는 “중앙정부가 탈원전을 추진하니 창원시도 당연히 따라서 신재생에너지산업을 육성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원전 비중이 큰 지역기업들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