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은행들의 텃밭이었던 ‘가업승계’ 컨설팅시장에 잇달아 진출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 오너들이 나이가 들면서 가업승계 컨설팅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 자산관리(WM)와 투자금융(IB)이라는 증권사 핵심사업 사이의 시너지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은행 '텃밭'인 가업승계시장에 줄줄이 뛰어드는 까닭

▲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은행들의 텃밭이었던 ‘가업승계’ 컨설팅시장에 잇달아 진출하고 있다. < pixbay>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그동안 가업승계 관련 서비스는 주로 은행의 자산관리(WM) 부문에서 담당해왔지만 올해 들어 증권사들이 잇달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삼성증권은 올해 업계 최초로 가업승계 연구소를 세웠으며 신한금융투자는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가업승계 세무컨설팅 서비스’ 내놓았다.

이 밖에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 NH투자증권 , 유안타증권, 신영증권 등도 가업승계 및 상속·증여 관련 종합 컨설팅을 전담하는 조직을 꾸리거나 종합 가업승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증권사들이 자산관리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근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가업승계 분야로 눈을 돌리는 것으로 보인다.

IBK경제연구소의 ‘우리나라 가업승계 현황 분석’에 따르면 창업주가 CEO로 있는 법인 5만1256곳 가운데 창업주의 연령이 60세 이상인 비중은 33.2%다.

이 법인들은 앞으로 10년 안에 세대교체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업승계가 이뤄지면 세금부담이 상당할 뿐 아니라 사업축소, 매각, 폐업 등 위험에 처하기도 하는 만큼 중소·중견기업들도 가업승계 준비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대기업은 내부에 법무, 세무, 회계 등 가업승계와 관련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갖추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중견·중소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이를 대비하기엔 쉽지 않다는 점도 가업승계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이다.

은행이 많은 고객기반을 바탕으로 가업승계서비스를 선점해뒀지만 증권사들은 자산관리뿐 아니라 투자금융(IB) 역량을 갖추고 있는 만큼 차별화된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의 가업승계 과정에서 증자나 인수합병(M&A), 매각 등 투자금융을 활용한 복잡한 지분 승계 및 절세방법이 자주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가업승계 분야에 진출해 얻을 수 있는 이점도 상당하다.

가업승계에 따른 수수료 수익뿐 아니라 고액자산가들인 중소·중견기업의 오너일가를 자산관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는 맞이할 계기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해당 법인이 앞으로 기업공개 및 회사채 발행 등 투자금융 고객으로 이어질 확률도 높다.

다만 증권사들은 사회적으로 가업승계가 ‘부(富)의 대물림’이라는 시각과 가업승계 과정에 ‘절세와 탈세’ 사이에 있다는 우려가 큰 만큼 조심스러워하고 있기도 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가업승계를 통해 기술 개발 및 영업력, 기업철학 등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2의 창업’이라는 명분을 등에 업고 차세대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경영 컨설팅 및 네트워크 형성을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사를 승계 받는 데 도움을 준 회사라면 이후 그 회사와 거래관계는 끈끈하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꾸준한 자산관리 수수료를 얻을 수 있는 데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투자금융 수익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