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정비해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와 기업 지배구조 개편 등 공정경제정책의 효과를 높일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과 정부 부처 8곳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당정협의를 열어 공정거래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으로 공정경제정책의 효과를 높이는 내용의 ‘공정경제 성과 조기 창출방안’을 내놓았다.  
 
민주당과 정부, 스튜어드십 코드 확산과 지주사 규제 강화 추진 

▲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오른쪽)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협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연합뉴스> 


공정경제 성과 조기 창출방안은 7개 분야에서 개선과제 23개를 담고 있다. 공정경제정책 효과가 국민의 경제활동에 골고루 스며들도록 정책 세부사항을 결정하면서 규정을 정비하는 취지로 마련됐다. 

금융위원회는 스튜어드십코드의 확산을 위해 5%룰(대량보유 보고제도)을 개편한다. 5%룰은 투자 목적이 아니라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해 상장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주주는 지분을 1% 이상 사고팔 때마다 닷새 안에 공개적으로 보고해 알려야 하는 규정을 말한다.

기관투자자가 주주총회에서 의견을 낸다면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로 간주돼 5%룰을 적용받게 된다. 대형 연기금이 지분을 사고판 내역을 매번 알린다면 이를 따르는 추종매매가 늘어나면서 시장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고려해 금융위는 5%룰에 명시된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 가운데 회사나 임원의 위법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해임청구권 등의 상법상 권한을 행사하거나 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정관 변경을 추진하는 사례를 제외하기로 했다. 

‘10%룰(단기매매차익 반환제도)’도 일부 개편해 국민연금 등의 연기금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10%룰은 기업 경영권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기관투자자가 6개월 안에 주식을 사고팔아 얻은 차익을 기업에 반환해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위와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에 내부-외부의 정보 교류를 차단하는 장치나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 미공개 정보를 악용할 가능성을 막는다. 복지부도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시장에서 예측하기 쉽도록 ‘경영참여 목적 주주권 행사’ 등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금융위는 주주총회를 열 때 주주에게 제공하는 정보에 사업보고서와 임원 보수총액 정보 등을 추가하기로 했다. 임원을 선임하기 위해 주주총회를 열 때는 후보자의 체납이나 부실기업 경영진으로 재직했던 여부 등도 주주에게 제공하는 정보에 포함한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상장사의 사외이사 결격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한다. 결격기간은 기업 계열사에서 퇴직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이 그 기업의 사외이사가 될 수 없는 기간을 말한다. 

사외이사가 한 회사에 6년 이상, 계열사까지 합쳐 9년 이상 장기 재직하는 일도 금지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여러 자회사가 하나의 손자회사에 공동 출자하는 방안을 금지한다. 한 손자회사를 여러 자회사가 지배하면서 지주사 집단의 소유·지배구조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지주사와 소속사 사이의 대규모 내부거래를 이사회에서 의결한 뒤 공개적으로 알리는 방안도 의무화한다. 이에 따라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소속된 기업은 50억 원 이상 내부거래를 한다면 이사회 의결을 받아 공개적으로 알려야 한다. 

지주사와 소속사 사이의 경영컨설팅 수수료와 부동산임대료 내역도 공개적으로 알려야 한다. 지주사가 소속사로부터 배당 이외의 수익을 받으면서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등이 생길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유통 가맹본부가 가맹계약을 바로 해지할 수 있는 사유 가운데 ‘가맹점주가 허위사실을 유포한 경우’를 삭제해 가맹점주 보호를 강화한다. 

하도급법을 어긴 기업에 주어지는 벌점의 경감사유를 구체화하고 경감폭도 줄여 벌점에 따른 공공입찰 배제제도의 실효성을 높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공정거래·동반성장 협약평가제도를 개편해 하도금대급 지급관리시스템을 통한 대금 지급대상을 기존의 1차협력사에서 2차 이하 협력사로 넓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