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르노삼성차 임단협 난항에 부산시 중재역할 찾지만 쉽지않아

오거돈 부산시장(오른쪽에서 2번째)이 8월28일 프랑스 파리시 르노그룹 본사를 방문해 르노그룹 경영진과 면담하고 있다. <부산시> 

오거돈 부산시장이 르노삼성자동차의 2019년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가슴 졸이며 지켜보고 부산시의 중재와 지원 역할을 찾고 있으나 상황이 만만치 않다. 

르노삼성차는 2018년도 임단협에서 1년 가까이 노사 협상을 끌다가 겨우 타결을 봤다. 2019년 임단협은 2일 노사가 상견례를 했지만 구조조정과 생산량 감축이 예고되면서 다시 험난한 과정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지난해 르노삼성차 노사 중재에 적극 나섰다. 최근에는 프랑스 르노그룹 본사를 방문하고 직접 르노삼성차의 구매운동까지 펼치며 르노삼성차를 지원하기 위한 행보에 집중해 왔다.

오 시장은 르노삼성차가 부산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르노삼성차의 생산량 감축이나 구조조정에 따른 노사갈등을 막고 르노삼성차의 원만한 경영활동이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는 부산 공장에서 생산량 감축 및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 르노삼성차 부산 공장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닛산로그’를 위탁 생산해 왔지만 최근 닛산로그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내년에는 물량을 배정받기 어려울 것으로 알려졌다. SM3, SM5, SM7 등 비교적 판매량이 적은 모델들도 조만간 단종될 것으로 전망됐다. 

회사는 생산량이 줄어드는 만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태도를 보인다. 

8월21일 르노삼성차가 노조를 대상으로 연 설명회에 따르면 부산 공장의 시간당 생산대수를 현행 60대에서 45대로 줄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 방안대로라면 생산직 직원 1800명 가운데 400명가량이 할 일이 없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구체적 구조조정방안은 노조와 협의해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이에 따라 2019년도 르노삼성차 임단협이 순조롭게 추진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018년도 임단협에서 기본급 동결, 근로조건 등을 놓고 1년 가까이 협상이 이어졌는데 이번에는 노동자에게 훨씬 민감한 쟁점인 구조조정이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르노삼성차 노조가 2018년도 임단협 때처럼 다시 부분파업 등으로 집단행동에 들어갈 수도 있다.

이처럼 르노삼성차 임단협의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오거돈 시장은 그동안 르노삼성차 경영 정상화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온 노력이 ‘도돌이표’가 될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오 시장은 르노삼성차 노조가 2018년도 임단협 과정에서 파업할 때 자치단체장으로서 사기업 경영에 간섭하는 일은 곤란하다는 지적까지 받으면서도 노사 중재에 나섰다. 당시 그는 한국GM 군산 공장이 문을 닫아 군산 경제가 어려워진 사례를 들 정도로 위기의식을 품었다.

오 시장은 이후 르노삼성차 노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차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연달아 만나며 르노삼성차 노사갈등의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6월 르노삼성차 임단협이 타결되자 오 시장은 르노삼성차의 실적 회복을 돕는 데 적극 나섰다. 오 시장은 직접 르노삼성차 모델 ‘QM6’를 구매하는 한편 지역 기관들도 르노삼성차 제품을 사도록 독려했다.

8월25일~8월31일에는 유럽 순방길에 올라 프랑스 르노그룹 본사를 직접 방문해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에 일감을 배정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불과 3개월 전인 6월24일 르노삼성차 노사 상생선포식에 참석해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며 “그동안의 노력이 르노삼성차의 더 큰 발전을 위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다시 어려움에 처할 전조가 보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