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의 명확한 기준 만들어야 사회적 수용 확보”

▲ 한국자본시장연구원이 4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센터에서 진행한 ‘국민연금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공청회에서 토론 참여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국민연금공단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려면 투명하고 명확한 행사기준을 마련해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고 사회적 수용성을 높여야 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자본시장연구원은 4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센터에서 ‘국민연금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공청회를 열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청회에서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따라 주주활동, 즉 수탁자 책임활동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려면 그에 앞서 그 요건과 절차를 명시한 지침(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고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상당히 많은 기업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단순히 투자자로서 주주권을 행사할 수만은 없다”며 “사회적 수용성을 고려해 국민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시장 점유율은 2012년 5.39%에서 꾸준히 늘어나기 시작해 2017년에는 6.96%에 이르렀다. 2030년에는 1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국민연금은 2017년 12월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사 2040개 기업 가운데 799곳에 지분을 들고 있다.

지분율이 5% 넘는 곳은 286개 기업이고 그 가운데 10% 이상 지분을 확보한 곳은 97개에 이른다.

국민연금은 앞으로 주주제안, 위임장 제안 등 적극적 주주권을 더 많이 행사하고 더 나아가서는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도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를 명확하지 않게 규정하고 있다고 박 연구위원은 봤다.

박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더 적극적으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이고 책무도 강화하는 개편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선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범위를 확대해 국민연금의 주주권이 미치지 못하는 기업경영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기업에서 횡령·배임 행위가 일어나도 국가기관의 1차 조사가 발생한 때만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기업의 부당지원행위와 사익편취행위에 관해서도 기업 자산규모가 5조 원이 넘을 때에만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불필요한 규제를 만들지 말고 연기금으로서 전문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허용해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유경 네덜란드연기금 APG 이사는 “국민연금을 향한 절차와 규제들이 잘 지켜진다면 좋은 효과를 보일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스튜어드십코드 등으로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하면서도 한편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해 제한 규정을 두는 것은 손을 풀어준 대신 발을 묶는 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는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는 오너 중심, 경영진 중심으로 이어져 온 국내 시장의 60년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라며 “쉽게 바뀌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갑자기 바꾸려다 보면 관치나 연금사회주의라고 주장하는 반발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혜택을 주는 햇볕정책을 병행하면서 서서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