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래, 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납원 직접고용 판결 놓고 신중에 또 신중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을 직접고용하도록 한 대법원 판결을 놓고 해법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칫 이 사장의 정치적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 사장으로서는 매우 신중하게 후속절차를 밟아 나갈 것으로 보인다.

4일 도로공사에 따르면 도로공사의 파견법 위반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을 놓고 3일 이강래 사장이 직접 후속조치 등을 발표하는 설명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세부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잠정적으로 연기됐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3일 설명회가 늦어진 이유를 놓고 “300여 명의 직접고용방안을 검토했으나 대법원에서 200여 명가량 경력단절자들도 고려해야 한다고 판결해 이들을 포함한 방안을 검토하느라 설명회를 미룬 것”이라고 말했다.

8월28일 대법원은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확인 청구소송에서 직접고용 의무를 인정한 확정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이 사장은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이전까지 이 사장은 톨게이트 수납원을 직접고용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해왔는데 법원이 이와 다른 판결을 냈기 때문이다.

반면 이 사장에 반대해 집단행동을 이어온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한국노총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노조 등은 힘을 얻었다.

민주노총은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8월29일 성명을 발표해 톨게이트 노동자 전원을 직접고용할 것을 요구하는 등 목소리를 높였다.

2일에는 도로공사를 상대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기간에 상당하는 임금을 청구하는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노조 행위를 방해한 것과 관련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냈다.

도로공사는 일단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며 재판에 승소한 368명을 고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직접고용하는 인원의 처우와 자회사 전환에 동의하지 않은 나머지 1200명의 고용 여부 등은 여전히 미지수다.

도로공사는 대법원 판결 이후 노조와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통합 교섭일정 등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어 단기간에 해법을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분기 기준 도로공사 임직원 수는 7415명이다. 대법원에서 승소한 368명만 해도 전체 직원의 5% 수준으로 올해 상반기 채용한 신입사원 158명의 2배를 훌쩍 넘는 인원이다. 만약 노조가 요구하는 인원을 모두 직접 고용한다면 1500명의 직원이 늘어나고 도로공사 임직원 수는 20% 이상 증가해 9천 명에 육박하게 된다. 

여기에 대법원이 언급한 경력단절자들과 아직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인원들까지 고려하면 직접고용을 검토해야 하는 숫자는 더 많아질 수 있다. 갑작스런 조직 확대에 대처해야 할 뿐 아니라 이들에게 적절한 업무를 배정하는 일도 쉽지가 않다.

도로공사는 7월 톨게이트 수납업무를 자회사 한국도로공사서비스로 모두 이관했다. 이 때문에 직접 고용하면 수납업무를 맡길 수 없다는 뜻을 나타낸다.

이에 따라 직접 고용인원은 청소와 미화 등 업무를 수행하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이강래 사장은 3선 의원 출신으로 2020년 21대 총선 출마 가능성이 있다. 이 사장의 지역구였던 남원지역에서 관련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어 지역 정치권은 이 사장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이번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는 일이 더욱 중요할 수 있다. 노조가 갈등의 책임을 이 사장에게 돌리고 있어 정치인으로서 민감할 수 있는 민심이 동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하고 있어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받는데 자칫 장애가 될 수도 있다.

노조는 8월12일 서울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이 사장 공천 추진을 하는 민주당 정권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강래 출마설이 나오는 남원 지역에서 끝장 투쟁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8월19일에는 파견법 위반으로 이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도로공사는 8월20일 “이 사장은 용업업체 계약관리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고 오히려 수납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고용안정 역할을 했다”며 이 사장의 책임에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이 사장의 명분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노조는 8월29일 “이강래 사장은 법무법인 김앤장에 거액을 써가며 노동자를 이간질하고 문제해결을 회피했다”며 “이강래 사장은 노동자에게 떠안겼던 끔찍한 고통에 관해 사죄하고 1500명 해고자 전원을 즉각 직접 고용하라”고 촉구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